Alicia (D. Tarroza)
안녕하세요?
주안에서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희는 서울 동부의 아차산자락의 끝부분인 광나루에 위치한 나섬교회라는 (나누며 섬기는 교회, 나그네를 섬기는 교회) 작은 공동체입니다.
저희 나섬공동체는 자국인인 한국인 보다 이방인인 외국인 근로자가 열배이상 더 많은데 대부분 불법체류의 신분이다 보니 어느 것 하나 넉넉하지 못하지만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달래주고 쓰다듬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저희 공동체에 최근 아주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국적과 피부색은 다르지만 주님 안에서 한 지체인 엘리샤라는 40대 초반의 미혼인 필리핀 자매가 난소암 3기란 청천벽력의 소리를 들은 것은 지난 10월의 이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그리운 고향을 등진지 10년..
서울 변두리 장안평의 어느 지하 단칸방에 거주하며 고향인 필리핀에서는 가난하게 살면서도 고학하며 어렵게 공부하여 대학까지 졸업한 어엿한 간호사였지만 한국이란 낯선 땅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기피하는 3D업종뿐..
파출부, 봉제공장 등을 전전하며 그저 열심히 일하고 아끼고 살면서 가족에게 송금하던 효성이 지극한 자매인데 이제 남은 것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난치병이란 벽뿐입니다. 다행이 OO재단의 후원으로 긴급 수술을 받아 위기는 넘겼으나 항암치료가 필요하지만 재원이 없어 손을 쓸 수 없는 형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보고싶은 가족과 형제들을 떠올리며, 먼 이국 땅에서 병들어 누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내지만 돌아갈 고향과 가족이 있어도 반겨 맞아줄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치료의 길이 꽉 막혀 있기에 이국땅에서의 슬픔은 더욱 더합니다.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야만 하는 저희들은 새로운 삶, 제2의 인생을 살아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지만 우리의 환경이나 처지로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그 동안 불법체류자란 죄인의 신분으로 같은 땅위에 숨죽이며 살면서, 임금체불과 실직으로 인한 숱한 마음고생과 단지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겪었을 멸시와 냉대 그리고 차별이 스트레스가 되어 몸에서 발병한 것 같아 옆에서 지켜보기가 마음이 무겁습니다.
또한 고통을 이겨가며 함께 예배를 드리던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어쩌면 이런 모습도 이젠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메여옵니다. 더구나 이번주엔 통증과 출혈로 예배에 참석도 못하여 안타까움만 더했습니다.
누구보다 더 성실하게, 진지하게 열심히 살며 자기 인생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던 나그네인데 왜 하나님은 이런 아픔을 주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의 짧은 생각으로는 하나님께서 이런 시련을 주신만큼 살아날 길도 열어 주시리라 믿고 글을 올립니다.
어떤 분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 한국사람들 중에도 힘겹게 사는 사람이 많은 형편에 왜 귀찮게 외국인들까지 돌봐야 하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서 말없이 묵묵하게 일하며 우리나라 경제의 한 부분을 지탱하고 있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 모습은 불과 이삼십년전의 우리의 어머니, 누나의 모습이기도 하였습니다. 형편이 좀 나아져서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을뿐..
그리고 누군가는 이 병들고 소외되고 가난한 지체들을 돌봐야 하기에 부족하나마 저희들이 하고 있는 것뿐이며, 이것이 예수님께서 2000년 전에 실천하셨던 국경없는 참 사랑의 작은 실천이란 생각과 믿음이 저희들에게는 이름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게 섬길 수 있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느낀 한가지 안타까운 현상은 많은 종교, 시민단체 및 회사에서 좋은 일들을 하고 계시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가시적인 효과가 있는 곳에 도움의 손길이 집중되어 실제로 엘리샤같이 당장 낫는 병이 아니라 오랜 인내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병에는 지원의 온정의 손길이 많이 부족하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답답한 현실에 그만 맥이 풀리지만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에 이렇게 다시 한번 희망의 지푸라기를 찾아 나섭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준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드시며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하신 말씀처럼 (누가복음 10:37) 고된 인생의 길에서 병마란 강도를 만난 이웃을 그냥 지나치시지 마시고 참된 이웃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를 이렇게 제법 살게 하시고 우리에게 재물을 허락하신 것은 이런 일에도 사용하라고 주신 것 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요 취하실 분도 그분 이시니 주님께서 훗날 사용처를 물으신다면 후회없는 아름다운 기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희미해져 가는 생명의 불꽃을 외면하지 마시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저 마시고 손을 내밀어 선량한 우리의 이웃, 주의 불쌍하고 병약한 어린양에게 선처를 베풀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나섬공동체 일동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6-07-01 17:07:13 베트남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