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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섬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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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갈 선생님 이젠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몽골학교 선생님 중 아마르 자르갈이라는 여선생님이 있다. 처음 우리 학교 교사로 일을 하기 전 나는 그녀에게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적장애 아들을 가진 나와 아내에게 자르갈 선생의 이야기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어쩌면 교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조건보다도 자르갈 선생의 아들 이야기가 크게 작용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교사로 채용된 후 자르갈 선생은 누구보다 부지런했고 열심이었다. 간혹 복도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그녀는 내게 "아마르 자르갈이예요." 라며 자신을 알려주었다. 그러면 나는 아들의 안부를 묻곤 했다. 어느 날인가 자르갈이 요즘 아들이 특수학교를 갔다 오면 오줌을 싸고 온다며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자르갈 선생의 아들은 한국의 특수학교를 다닌다. 아침 일찍 자르갈 선생은 아들을  먼저 학교에 보내고 우리 학교로 출근을 하는 모양이다. 사별을 하고 혼자 사는 몽골여인이  자폐증 아들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를 생각한다. 그래도 자르갈은 흐트러짐 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나와 아내는 우리 둘째 영길이를 낳고 많은 아픔이 있었다. 아이가 정신지체 장애아라는 진단을 받고 나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아들의 장애진단은 내 삶에 있어 견디기 어려운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한참이나 방황하고 때로는 죽고 싶어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하필 나에게 장애 아이를 주셨느냐고 주께 묻기도 했다. 그리고 내게도 장애가 겹쳤다.  우리 가족 4명 중 중증의 장애인이 둘이나 된 것이다.

장애 아이를 낳고 평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저주받은 자에게나 주어질 것 같은 아픔이라 여겨졌었다. 지금은 우리 아이가 우리 가정과 내 삶에 은총이었음을 고백하지만 그것을 알기까지 우리는 너무도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르갈의 삶이 이해되었고 어떻게든 그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사렛대학의 김종인 교수님을 만난 것은 하나님의 섭리였다. 나는 일찍이 김교수께 사회복지를 배웠다. 1997년 사회복지를 공부할 당시 김종인 교수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막 돌아와 강의를 하던 때였다. 탁월한 강의였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는 한국사회복지 특히 자폐아를 비롯한 지적장애 문제의 최고 전문가이다. 그런 김교수님을 만나 우리 몽골학교 건축 문제 등을 논의하다가 문득 자르갈 선생의 아들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그는 지체없이 내게 그 자르갈의 아이를 우리 학교에 입학시켜 함께 공부시키는 것이 옳다고 알려 주었다. 무거운 짐을 내리는 것 같은 큰 울림으로 들렸다. 내게 그 깨달음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그 것을 일깨워준 김교수께 감사하다. 옳다. 맞다. 이거다.
나는 갑자기 세상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몽골학교의 미래는 희망을 주는 학교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소외되고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학교의 존재이유다.
혹시 나는 그것을 잊었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만들고 운영하고 또 건축을 하려하면서 나는 정작 우리 학교의 본래 의미를 잊었는지도 모른다.
자르갈의 자폐증 아들이 내게 그 의미를 기억하게 한 것이다. 소외되고 고통 받는 자들의 이웃이 되는 것이 나섬공동체와 우리 몽골학교의 사명이다.

오늘 아침 자르갈 선생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얼마나 기뻐할까를 생각하니 갑자기 울컥 한다. 끝까지 내 삶과 우리 공동체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자르갈의 아들 이름이 후슬렝이라고 했던가. 그 아이가 우리 학교에 오면 내 친구가 될 것이다. 더 많이 그 아이와 시간을 가져야겠다. 자원봉사자 선생님도 붙여야 한다. 그 아이에게 맞는 교육이 무얼까를 생각한다. 자꾸만 희망이 생긴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아프지만 빛이 보인다. 눈물이 나지만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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