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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섬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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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우여 꿈을 가져라!
나그네를 섬기는 공동체, 나눔으로 섬기는 공동체, 나아가서 섬기는 공동체. 나섬공동체 봉사단원으로 지난 9월 2일부터 11일까지 9박 10일 동안 필리핀의 잠발레스 비하우 원주민 마을을 다녀왔다.
비하우 원주민 아이타족은 필리핀의 인디안으로서 원래 잠발레스 지역 피나투보 산속에서 화전을 일구며 고립된 생활을 해 오다가, 1991년 피나투보 화산이 대폭발하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피난민이 된 채 굶주림과 병마에 허덕이게 되었다. 필리핀 정부가 아이타족의 참상을 보고 비하우 개인 소유의 땅을 빌려 이들에게 재임대해 주어 한시적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땅 주인이 언제라도 땅을 내달라고 하면 이들은 다시 그 땅을 돌려주고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비하우 주민의 뼈저린 삶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 과연 인간(?)으로서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이것이 사람이 사는 집인가 짐승이 사는 외양간인가, 도대체 무얼 얼마나 먹고 살아가고 있을까, 진정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도무지 인간인지 짐승인지, 집인지 외양간인지 분간이 서질 않았다.
대나무로 엮은 초가집 아래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서 지네나 뱀이 쉽사리 드나들 수 있게 되었고, 집은 두 칸으로 나누어서 한쪽은 부엌 겸 창고로 쓰이고 또 한쪽은 6-10명이 잠을 자는 방이었다. 잘 빨지도 않은 옷을 걸쳐입은 맨발의 아이들이 집 안팎으로 짐승처럼 돌아다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들어와서 자는 곳이었다.
식수는 비하우 교회의 우물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먼 곳은 한 시간이나 걸어와서 물을 긷고 무거운 물통을 양손에 팔이 빠지도록 들고 돌아가곤 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영양실조로 야윈 얼굴에 몸은 왜소하고 팔다리는 새처럼 가늘었다. 그래도 표정은 비교적 밝고 웃는 얼굴이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둥근 눈을 크게 뜨며 해맑은 웃음을 웃어주곤 했다.
나섬공동체의 봉사활동은 어린이와 취학 연령이 되었는데도 학비가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 들을 대상으로 음악, 미술, 한국어 교육, 진료 봉사 그리고 도서관 및 교실 페인트 공사, 가정 방문 등을 실시하였다.
리코더를 이용하여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아리랑을 배워주고,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주어 그림을 그리고 아리랑 가사를 쓰게 하였으며, ‘가갸거겨’와 아리랑 가사를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리랑 노래를 배워주고 나서 비하우 아이들과 우리 봉사단원들이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아리랑을 부를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어린이와 마을 어른들을 대상으로 진료 봉사를 하는데, 매일 수십 명이 진료 봉사팀을 찾아왔다. 현지 선교사가 통역을 해 주어서 진료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손을 잡고 어디 아프냐 묻고 대답하고 나면, 약을 먹여주고 연고를 발라주었으며, 머리와 어깨를 지압해 주고 맛사지해 주곤 했다. 진료받고 난 아이가 또 와서 사탕 하나를 받아 입에 물고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안 아픈데도 진료받고 사탕 하나를 받아 가는 아이도 있었다. 사탕 하나가 굶주림을 잠시나마 달래줄 수 있는 요기거리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이런 기본 진료를 받는 것도 봉사단원이 왔을 때에 한해서이고 떠나면 전혀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병원은 물론 약방도 없는 비하우 마을에 보건실이 있어서 상시 개방은 못할지라도 1주일에 한두 번만이라도 문을 열어서 주민들이 기본 진료라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오전에는 봉사단원들이 가정 방문을 다녀왔다. 원주민 한 사람, 봉사단원 두 사람, 3인 1조로 편성하여 1조당 10여 가구씩 120여 가구의 가정을 방문했다. 쌀을 들고 가서 나누어 주며 손을 잡아주고 기도해 드리곤 했는데, 낯선 사람이 방문했는데도 전혀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기뻐하고 반가워하는 표정이었다. 빨래를 널다가 반갑게 맞아주는가 하면, 부침을 만들다가 반가이 맞아주면서 그것을 먹으라고 건네주기도 해서 맛있게 먹으면서 ‘살라맛뽀’(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어른들은 밖에 나가고 10대 중반의 여자가 아기를 안고 돌보다가 우리를 맞이한 집도 있었는데, 돌아와서 물어보니 누나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것이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인 혼자 누워 계신 곳도 있었다. 진료 봉사팀에도 찾아올 형편이 못 되는 노인이었다. 누가 모셔갈 사람도 없는 모양이었다. 시간과 인력이 허락된다면 찾아가는 진료 봉사도 필요할 것 같았다.
이번 봉사활동의 중점 사업은 도서관 및 교실 건립이었다. 이미 골조는 완성되어 있었다. 봉사단원들은 건물 내외 벽과 책상, 책꽂이에 페인트칠을 하고 출입문과 창문을 달고 책꽂이에 우리가 가져간 책들을 읽기 좋게 배열해 놓음으로써 일단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봉사활동 마지막 날 오전에 비하우의 많은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교실 및 도서관 준공식 겸 축제가 열렸다. 마을 청소년들이 리코더로 축가를 부르고 춤을 추며 아리랑을 불렀다.
나섬공동체 봉사단장님께서 축사를 해 주시고 선교사님께서 통역해 주셨다.
“여러분, 꿈을 가져야 합니다. 책을 읽고 배워야 합니다. 이 교실과 도서관에서 부지런히 책을 읽고 배워야 굶주림으로부터, 가난으로부터,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꿈을 가지십시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이렇게 힘주어 말씀하셨다.
우리가 필리핀의 대중교통 수단인 지프니를 타고 비하우 마을을 떠날 때, 지프니 뒤를 따라오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야윈 얼굴, 새처럼 가는 팔다리,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죽을 힘을 다해 따라오던 아이들, 따라오다가 기운이 없어서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는 아이들, 아이들 모두가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며, ‘살라맛뽀, 빠알람’ 하는 외침은 ‘감사합니다, 안녕’이라고 하기보다 차라리 ‘제발 가지 말라, 어서 도와 달라’고 하는 울부짖음으로 들렸다.
                                          
2013년 9월 21일
나섬공동체 뉴라이프 비전스쿨 4기 강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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