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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431 침묵도 설교다

 

예수의 마지막은 특별하다. 갈릴리 사람들과 예루살렘에서의 짧은 사역에서는 수없이 많은 이들을 만나고 설교를 하셨던 그가 마지막은 침묵으로 태도를 바꾸신다. 안나스와 가야바의 집 뒤뜰에서도 로마의 총독이었던 빌라도의 법정에서도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에 오르시면서도 침묵으로 일체의 말을 끊으신다. 혼자말로 자신의 고통을 이기려 애쓰시는 애처로운 모습을 보였을 뿐 자신을 변증하시지 않는다. 그리도 치열하게 바리새인들과 다투시며 거친 말로 성전주의자들을 꾸짖으셨던 그는 살려달라고 빌라도에게 빌거나 자신은 무죄라고 변증하지 않으시며 침묵하신다. 그렇게 치열하게 저항하시며 논쟁하시던 바리새주의자들과 성전주의자들 앞에서 입을 닫으신다.

침묵도 설교다. 설교는 말의 연금술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침묵함으로 대신하는 설교도 있다.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것이다. 예수는 침묵으로 말씀하셨다. 그가 침묵으로 하시고자 했던 설교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며 설교하는 목사로서 나 자신의 삶을 묵상한다.

돌아보니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았다. 설교하는 목사의 삶이랍시고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였다. 언제부터인지 아내는 내게 말을 줄이라 했건만 말을 많이 하는 버릇이 어디 갈까? 사람들이 모이면 나는 그 중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말보다는 삶이 우선이라 하면서도 말이 앞섰다. 삶은 없고 말만 무성한 사람의 삶이란 허무하고 거품이 많은 법이다.

이제는 입을 닫아야 하겠다. 침묵의 설교를 하시던 예수처럼 침묵으로 바라만 보며 살아야겠다. 정치에 대하여도 이념에 대하여도 세상에 대하여도 하물며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도 말보다는 삶으로 대신하는 침묵의 미학을 배워야겠다.

안 보이는 눈을 지긋 감고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으로 혼자만의 깊은 세상을 개척하여야겠다. 할 수 있으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자제하련다. 홀로 남아 고요한 시간을 즐기는 훈련을 하려 한다. 고독과 친구가 되고 침묵과 동지가 되어 감겨버린 눈과 함께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야겠다. 어차피 마지막엔 홀로 남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그 때를 준비하여야 한다. 설교는 침묵으로 살아가는 이에게 적절하지 않으니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예수는 그것을 아셨던 모양이다. 그는 분명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고 계셨다. 갑자기 침묵으로 일관하신 예수의 최후는 그 자체로 한편의 영화다. 침묵하시는 하나님의 아들은 나에게 인생과 역사를 자신의 뜻대로하지 말라 하신다. 침묵으로 설교하시는 예수는 하나님의 뜻대로를 가르쳐 주신다.

예수의 침묵은 거짓과 위선에 대한 동의가 아닌 저항이며 그의 침묵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애통함에 대한 처절한 외침이었다. 그것은 자신을 죽여야 하는 최후의 순종이었다. 그의 침묵은 그가 하려는 모든 말씀을 담아 한 번에 세상에 던지는 설교였다. 침묵의 설교였다.

말이 많은 것은 경솔함과 다를 바 없으며 말로만 하는 설교는 그 자체로 거품이며 허구다. 말로 하는 설교는 이제 그만해야할 것이다. 말만 하는 설교는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은 글로 쓰고 남은 이야기는 침묵으로 남겨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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