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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408 태풍 속에서 몽골 나담을 하다

매 년 이맘때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지금도 나의 어머니댁 앞마당에는 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다.

대추는 우리의 삶이며 역사다. 그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태풍과 천둥소리와 벼락을 품은 대추 한 알의 진가는 그래서 위대하다.

 

나섬은 매년 몽골인들과 함께 대한민국 서울에서 나담을 개최해오고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올 해 태풍이 올라온단다. 이번 태풍 힌남노는 매우 위험하고 심각하다는 소식에 내 마음은 불편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그럼에도 몽골 사람들은 나담이 좋은 모양이다. 나담을 하기로 한 전날인 오늘 몽골학교의 교사들을 비롯하여 몽골사람 여럿이 몽골학교 운동장에 모여 나담을 준비하고 있다.

 

몽골의 나담은 1921711일 몽골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한날에 맞추어 열리는 몽골 최대의 축제다. 나섬의 ()몽골울란바타르문화진흥원은 지난 2000년도부터 매 년 서울에서 나담을 개최하였다. 그런데 7월이면 마침 우리나라의 장마가 한창 때인지라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몇 년 전부터는 시원한 가을 9월로 변경하여 운영해오고 있다. 그런데 하필 태풍이라니!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다.

 

그래도 한국에 사는 몽골인들 특히 우리 몽골학교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나섬의 교인들과 함께 하는 나담이니 무조건 이 날이 좋다. 몽골인들에게 비는 반가운 손님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몽골 초원에 비는 기쁜 소식이며 좋은 손님이니 그들에게 비는 축복의 상징이다. 나담 당일은 맑은 하늘이면 좋겠지만 비와 태풍이 함께 분다 해도 괜찮다. 우리의 나담을 축복하시는 하늘의 뜻이니 이 또한 감사함으로 받으련다. 그들과 함께 비를 맞는 나담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우리의 삶을 나누며 비를 맞는 것이 비를 맞아도 좋겠다. 신영복 선생이 비를 함께 맞는 것이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라 했으니 말이다. 불어라 바람이여, 내려라 나담의 비여! 태풍소리 벼락소리 들으며 흠뻑 비에 젖어도 꿋꿋하게 자라는 대추처럼 우리도 꿋꿋하게 나담을 하는 거다. 비도 태풍도 붉은 대추가 되라고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이니 태풍이 온다 해도 걱정 없다. 더욱 붉게 그리고 둥글게 자란 대추 한 알이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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