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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근 목사와 함께 하는 선교여행-몽골 고비편(2)


구름기둥과 무지개

우리가 고비를 가던 날은 하루 종일 바람이 불었다.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채워져 있다. 구름기둥이다. 고비에서 따가운 햇볕은 사람을 목말라 죽게할만큼 무섭다. 그러나 우리는 구름우산 속에서 하루를 달렸다. 버스 밖에는 거센 바람과 구름이 가득하다. 바람과 구름이 고비를 채웠다. 
우리는 그저 지평선과 구름과 볼 수 없는 바람을 상상하며 세월과 시간의 개념을 잊어버린 사람들처럼 그저 광야를 바라본다. 괜히 눈물이 났다. 일행 중 이교일 집사가 준비한 찬양집에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래가 실려 있었다. 이번 고비여행 중 그 노래를 배우기로 했다. 노래 가사 중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괜히 마음이 찡하더니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 작년 요맘때 몽골학교를 지으며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갑자기 그 때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흘렀다. 제 서러움에 겨워 눈물이 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울고 싶었다. 
고비에 가면 그런 지나간 시간들이 생각난다. 하루 종일 고비 사막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나는 함께 한 모든 이들과 사랑과 기쁨과 행복을 나누고 싶었다. 필자가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고 일행 모두 미션 하이웨이를 외치며 우리는 달리고 또 달렸다.

초원에서 먹는 점심은 황홀하다. 그것도 한국식으로 준비한 도시락이라니... 허 선교사님이 준비한 도시락은 그 자체로 감격이다. 어찌 고비에서 한국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리라 기대했겠는가! 털퍼덕 고비의 한 귀퉁이에 엉덩이를 내려놓고 우리는 밥을 먹는다. 바람이 불었지만 그런대로 분위기는 좋았다. 주변에 가축의 오물이 수두룩했지만 어느 누구도 더럽다 하지 않는다. 반찬도 맛이 있다며 한바탕 요란하다. 어디서부터 불어오는지 그 바람에 허브향이 가득 실려 온다. 필자가 고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비가 그 허브의 향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고비를 가기 전부터 함께 한 이들에게 고비의 향기에 대하여 말하곤 했다. 고비에 가면 특별한 냄새가 있으니 꼭 그 냄새를 맛보고 와야 한다고 자랑삼아 얘기 했었다. 사람들은 그 허브의 원초적 창조냄새에 행복해 했다.
정말 고비의 그 허브향은 잊을 수 없는 고비의 향기다. 어쩌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을 때에 창조의 첫 냄새가 그 허브의 냄새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인간이 그 허브의 환상적인 냄새를 더럽고 불결한 오물로 더럽힌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남은 음식은 고비의 야생동물들이 먹고 가도록 그대로 그 자리에 내려놓았다. 고비의 동물들은 우리가 떠나면 곧바로 이 자리에 찾아와 우리가 먹고 남긴 음식물을 두루 다니며 먹어댈 것이다. 고비는 모든 것을 말려버리고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곳이다. 햇빛에 마르고 먹을 것이 없어 헤매는 고비의 야생동물들에게 먹혀버리는 처절한 고통의 땅이 고비다.

버스로 광야를 달리던 중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 뜻하지 않은 무지개가 보였다. 모두들 놀라운 표정들이다. 무지개가 나타나다니... 나는 눈이 보이지 않아 그 감격을 누릴 수 없었지만 함께 한 이들의 탄성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어누 누군가의 한마디에 버스가 서고 모두들 버스에서 내린다. 우린 모두 무지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무지개’는 몽골이 우리나라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을 뜻하는 ‘솔롱고스’라는 말은 무지개를 뜻하는 ‘솔롱고’가 들어가 ‘무지개가 뜨는 나라’ 라는 뜻이 된다.
다양성이 함께 어우러져야 무지개가 된다는 의미로 본다면 정말 웃기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그 다양성이 인정되고 융합되는 사회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 나그네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차별의 문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아직 우리는 솔롱고의 나라가 아닌 듯하다.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저 무지개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지개는 약속이다. 다시는 홍수의 재앙이 없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고비에서 무지개의 약속을 받았다. 필자는 그 무지개의 약속이 이 척박한 고비사막에서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황홀했다.
저 무지개는 필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제는 고비 같은 고통의 삶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일까? 지난 23년간의 나섬 사역은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렇다고 후회하거나 잘못살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광야에 길을 만들고 산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최초의 삶은 그 자체로 고난의 삶이다. 필자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했고 순간순간 길을 선택하는 결단을 해야 했다.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물어가며 때로는 침묵하시는 주님께 불평하거나 원망하면서 필자는 자신의 실존을 포기하기도 하며 그렇게 아파하며 살아왔다.
죽음 앞에 서보기도 했었다.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분노의 삶을 살 때도 있었다. 짐승처럼 울고 한없이 절망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눈을 잃어버린 장애인으로 살기까지 필자는 고비에서 죽어간 수많은 유목민처럼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무지개를 보고 싶었다. 다시는 내 삶에 고통이 없게 하겠노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의 무지개를 만났다.
고비를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비에서 만난 무지개를 생각하면 감사하다. 고맙다. 드디어 하나님의 약속이 있었음으로. 내 삶에 다시는 어떤 고통도 주시지 않겠노라 약속하신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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