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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근 목사와 함께 하는 선교여행 - (터키편1)


21년만의 귀향

새벽 아침 공기는 매우 차가웠다. 그러나 호잣트 목사의 가족은 이미 온도가 몇 도쯤 올라간 것처럼 들뜬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밤 그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오늘은 얼마나 고대하던 날이었겠는가!
우리 일행은 모두 9명이다. 호잣트 목사의 터키로의 역파송 선교를 위한 첫 번째 탐사 여정을 시작하면서 나는 정말 힘든 결단을 해야 했다. 재한몽골학교의 건축이 이미 시작되었거니와 연로하신 아버지께 암선고가 내려져 힘든 투병을 시작하시게 되어 몇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것이다. 이 시점에 터키에 가야한다는 것은 내게 큰 부담이고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한다는 주변의 권고와 마음이 있었기에 결단을 한 것이었다. 나와는 달리 호잣트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소중한 여행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에게 이번 여행의 의미는 단순한 터키 여행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터키로의 역파송이 결정되어 있었고, 특히 이번 여행에서 그는 형제들과 가족들을 만나는 일정도 있었다.
공항에서 모든 수속을 마치고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호잣트의 그 선한 얼굴과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가 말한다.

"목사님, 21년 만에 비행기를 타는 겁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 거지요.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나가려니..."

21년만의 귀향이라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니 호잣트도 긴장하고 있었던 거다. 특히 그의 출국 여권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얻은 한국여권이다. 그의 성명란에는 분명히 한국어 이름인 '이호잣'이 적혀 있다. 이란계 한국인으로 그의 삶이 바뀐 것이다. 그는 지금 한국인으로 한국 여권을 들고 나간다. 
21년 만에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 근처 터키 땅으로 가는 것이다. 당장 이란으로 갈 수 없으므로 그의 귀향은 터키까지 만이다. 그러나 그곳도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특히 그는 그곳에서 형제들을 만나기로 했다. 조카들도 나온다며 말하고 있는 호잣트의 입술이 떨린다. 그렇다 그는 성경 속 야곱의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야곱도 그렇게 나그네로 살다가 고향 근처에서 형인 에서를 만나기로 하고 떠나던 창세기의 말씀이 기억난다. 라헬을 비롯한 자기의 아내들과 아들과 딸을 데리고 에서를 만나기 위하여 길 떠나던 그 야곱이 떠오르는 것은 내가 목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호잣트의 삶은 정말 한편의 영화요,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호잣트는 이란 사람으로 한국에 왔다. 21년 전 그는 나그네였다. 성수동 뚝섬 어느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중 한명에 불과했었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물론 그는 무슬림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그가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것은 꾸란이며 아잔의 스피커 소리였을 것이다. 하루에 다섯 번 기도시간임을 알리는 그 아잔의 소리는 종교적 최면이며, 이슬람의 의식화 교육의 의미가 강한 것이었다. 어째든 아잔을 비롯한 이슬람 문화에 푹 젖어 살던 그가 찾아온 한국은 어떠했을까? 곳곳에 십자가가 있으니 분명 그에게 한국의 서울 땅은 이슬람의 그것과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다가왔고 기독교인이 되었으며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다. 뿐만아니라 그는 한국인 아내 배은경 자매와 결혼을 했고, 요한이와 에스더를 낳았다. 한 일가를 이룬 것이다. 야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하여 우리의 보통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이 전부인 그에게 왜 그렇게 가족에 대하여 집착하느냐고 묻는 것은 잘못이다. 나는 그를 이해한다.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21년 동안 그의 삶은 고난이고 고독이었다. 힘들고 아파도 어느 누구에게 의지할 곳 없이 살았다. 바람 불면 바람을 맞았고 비오면 비를 맞고 살았다. 오직 하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던 나그네의 삶이었다. 그랬던 그에게 하나님은 은총으로 다가오셨으리라. 외로움과 고통은 역시 하나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우리의 삶의 조건일 게다. 호잣트의 고난과 고독에 하나님은 개입하셨다. 그리고 그를 붙잡아 오늘 이렇게 터키로 떠나는 야곱의 체험을 하게 하시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이 되었다. 몇 년 전 한국에서의 종교난민 지위 획득과 한국인 아내와의 결혼 등 모든 조건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므로 그는 당연히 한국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 여권을 받았다. 한 번도 어느 나라의 출입국 도장이 찍히지 않은 그 하얀 여권 위에 드디어 출입국 도장이 찍힌 것이다. 그는 웃고 있었다. 좋으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답한다. 그는 정말 좋은 모양이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을 데리고 출국하니 그의 기분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갑자기 속에서 울컥 하면서 눈물이 솟는다. 그를 생각하면서 내가 운다. 그의 기분을 상상하니 좋아서 눈물이 흐른다. 그의 가족들을 데리고 나가는 내 삶이 좋아서 나는 속에서부터 울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이런 거구나 하니 그리 감사할 수가 없다. 21년만의 그 행복한 귀향을 생각하니 정말 감사했다. 야곱도 에서를 끌어안고 울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삶을 이리 전투적으로 살아온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인생이 이리 힘들고 고독했을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그 끝이 좋으니 오늘은 축복이며 은총의 날이다. 야곱이 그렇게 귀향을 결심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떠났을 그날과 오늘은 같은 날이다.

떠나기 전 고민하고 부담스러워 주저했지만 동행하기로 한 내 결단이 옳았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그의 귀향에 동행하고 그 은총의 증인이 될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한 사람을 데리고 그의 삶 속에 숨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내는 것은 분명 은혜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복한 목사이고 내 사역은 축복받은 사역이다. 누가 이와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까.

21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호잣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긴 세월을 한국에서 보낸 사람이다. 그의 삶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어느 누구도 그를 폄하하거나 왜곡한다면 용서할 수 없다. 그는 하나님이 구별하신 사람이다. 그래서 힘들고 고독한 시간도 살아야했다. 이제 그는 귀향을 한다. 가족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탄다. 그의 고향 쪽을 향하여 비행기는 날아오르고 있다. 어린 그의 아이들은 그 의미를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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