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애국 운동이라는 말이다. 기독교가 애국 운동을 말하는 것을 보니 지금 교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보인다. 대한민국 사람 중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애국 운동이라는 말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나는 군에서 군종 목사로 복역했다. 그것도 최전방 강원도 양구에서 휴전선은 물론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병사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국가를 생각하고 나라를 사랑했으며 그런 내 젊은 시절의 기억은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나는 가장 힘든 철책선에서 군목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당시에 내 손으로 장례를 치른 여섯 명의 병사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가슴에 남아있다. 그것은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갖는 자연스러운 나라 사랑이며 그런 내 경험과 내 아이들의 미래를 연관시키며 더 좋은 나라에서 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우리는 모두 애국자다. 애국하는 방법과 길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도 모두 애국자들이다. 그런데 왜 기독교인 중 몇몇 사람을 거론하며 그들이 진정한 애국자요, 애국 운동하는 목사들이라고 추켜세우는 걸까. 그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목사들은 애국심이 없다는 말인가? 애국 운동을 하는 목사라 불리는 이들을 추종하며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나는 과연 우리 기독교인이 애국 운동 하는 사람들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애국이라는 말을 쓰면 어떤 거짓도 위선도 용납되고 그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애국이 우리 기독교의 진리와 가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인가를 묻고 싶다. 나는 애국 운동이라는 말을 성서의 어떤 말씀이나 신학적 가르침에서 배우거나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의 기준은 애국이 아니라 진리인가 거짓인가이다. 기독교의 본질과는 다른 말이다. 한국 사람으로 애국하는 것이지 애국이 기독교의 가치이거나 그것이 우리가 믿는 믿음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애국 운동의 기준이 아니라 옳고 그름으로만 세상을 보아야 한다. 성서는 애국이 아니라 진리를 가르치는 살아있는 말씀이다.
일제와의 한·일합방을 주선한 친일주의자들도 사실 애국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행동을 변증했다. 애국이 모든 현실을 설명하는 기준이 아니라 우리의 기준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뿐이다. 우리는 진리인가 정의인가에 따라 혹은 옳음과 그름으로만 현실을 보아야 한다. 애국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운동이 교회의 존재 이유이다.
언젠가 어떤 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 목사님은 진정한 애국자시고, 저렇게 열심히 애국 운동하시는 목사님은 없기에 우리는 그 목사님을 추종하고 따른다. 과연 그러한가? 그것은 애국을 가장한 또 다른 욕망이다. 그것을 분별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뿐이며 기독교의 가치와 깊은 영적 통찰로만 알 수 있다. 결코 애국이 기독교의 언어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애국은 한국 사람이면 다 하는 것이지 일부 기독교가 나서서 마치 그들만이 애국자인 것처럼 말하는 호들갑은 인정할 수 없다. 애국으로 하나님 나라를 대신하지 말라. 애국은 당신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 서로 다른 관점에서 나라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신들만이 애국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도 애국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갈 뿐이다.
우리의 관심은 애국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다. 교회는 애국 운동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 운동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