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섬이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생각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섬은 어떤 교회인가? 분명 개척교회는 아니며 기존의 주류 교회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나는 오래전부터 미국의 세이비어 공동체가 모범적인 교회의 모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섬도 세이비어의 모델을 따라가고자 하였다. 교인 수와 관계없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위대한 교회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세이비어 모델에서 깨달은 나만의 목회 철학은 단순하다.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교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심이 아닌 주변부 교회를 생각했다. 교회란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섬이 그리는 교회는 경계를 넘어서는 교회다. 경계 안에 머물러 있는 교회가 아니라 과감하게 경계선을 포기하는 교회다.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고 만들고 싶었던 교회다. 작아도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색깔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나만의 고집스러움이다.
먼저 지역교회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지역에 매몰된 교회가 아니라 경계를 허물고 멀리서도 찾아오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나섬의 교인들은 멀리서 오는 이들이 많다. 지역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교회가 나섬의 모습이다.
두 번째는 목회의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그네를 섬긴다. 나그네를 비롯한 작은 자가 우리 교회의 중심이다. 작은 자를 섬기고 선교하는 교회가 우리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기존의 주류 교회가 찾는 이들이 아닌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의 관심 대상이다. 그래서 이런 교회를 좋아하는 이들만이 우리 교인이 된다. 우리 교회의 교인은 남다른 생각을 하고 남다른 신앙고백을 하는 이들이다.
세 번째는 갈릴리의 영성이 나섬의 영성이다. 그것은 예수의 영성이며 변방의 영성이다.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리라는 주변부에서 그들을 목회하시던 예수의 삶이 녹아있는 공동체다. 하지만 주변부의 목회일지라도 교회가 세상과 떨어져 있지는 않다. 우리는 세상 속에 존재하며 사회적 책임과 구원을 중요시한다. 개인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교회의 모든 문화를 비롯하여 기존의 제도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습으로 만들어진 전통과 제도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면 가장 중요한 본질에만 충실해야 한다. 비본질은 구원과 전혀 관계없음을 선포하는 나섬은 자유로운 공동체다. 어떤 프레임에도 갇혀 있지 않다.
그래서 나섬은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공동체를 추구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지역을 넘고, 기존 교회의 관성에서 벗어난 교회다. 모든 이에게 열린 교회로서 예배당을 소유하지 않으며 교인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와 부의 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주안에서 동등한 대접을 받으며 나섬이라는 갈릴리의 영성에 동의하는 이들이 나섬의 교인이다. 교육과 선교가 가장 중요한 우리 교회의 비전이며 나그네와 탈북자, 장애인과 같은 이들이 우리의 우선 섬김의 대상이다. 그것을 위하여 세워진 선교적 교회 나섬은 그래서 경계를 넘어 가장 혁신적인 패러다임을 만드는 공동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