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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 595_오직 은혜

 나는 무슨 힘으로 살고 있는가? 눈을 가져가신 주님의 뜻은 무엇인가? 보이지 않게 된 이후 나라는 존재는 사라졌다. 인격도 존엄도 사라진 존재는 처참한 짐승처럼 매일 울었다. 밤이면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래서 머리는 아팠고 안압은 올라갔다. 눈 안에 동공이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고 그래서 눈알을 파내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혼자서는 한 발짝도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었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존재로 전락했다. 어린아이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앞으로도 나는 그런 삶을 반복해서 살게 될 것이고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나의 삶을 자랑해 보련다. 나는 올해 탈북자 사역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고, 몽골에서 평화 포럼을 개최하여 평화경제공동체를 설립하자고 주창한다. 새롭게 나섬 평생교육원을 만들었고 몽골학교 안에 또 다른 주말학교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목회와 선교와 강의 등 하루하루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사역은 내 힘으로 하는 것일까?

이미 나는 없다. 나라는 존재는 분명 사라졌다. 껍데기만 남은 자의 인생, 그것이 나였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만큼 망가지고 세상에서 걷어차인 그런 존재였다. 그런 나에게는 미래도 비전도 없었다. 나는 비극의 주인공처럼 살다가 조용히 죽어갈 운명이었다.

 

얼마 전 우리 안의 나섬아시아청소년학교에서 아이들의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1년에 한 번씩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아이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 내게 자신의 그림을 말로 묘사하고 자신들의 마음을 글로 읽어준다. 매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

그림과 글 속에서 아이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올해의 전시회는 엄마괜찮아!’라는 주제로 열렸다. 엄마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서툰 한국어로 엄마를 설명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내 안에 그려본다. 그중 필리핀에서 온 여자아이의 글이 인상에 남아 글의 일부를 옮겨보았다.

 

그림자가 드리우고 하늘이 흐릴 때,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 때, 두렵고 작은 넌 혼자가 아니야, 약속된 사랑, 빛이 있어. 예수님은 하루 종일 밤낮으로 네 곁에 있어 부드러운 손으로 네 날개를 인도하셔.”

 

안개 같은 내 삶은 빛을 볼 수 없다. 나는 언제나 안개 속에 혹은 어둠 속에 머물러 있다. 안개가 아니면 어둠이다. 강원도 양구에서 군목으로 있던 시절, 안개 낀 어둠 속을 달려본 적이 있다. 내가 관리하던 병사가 죽어 그의 장례를 치르고 유골을 38선 언덕배기에 묻고 내려올 때 그랬었다. 어둡고 안개가 자욱했다. 눈물이 났고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 나는 오직 은혜를 생각한다. 나는 없다. 은혜만 있다. 이미 나는 죽었다. 아이들의 그림을 보다 문득 희망이 생겼고 안개가 태양 빛에 사라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올라온다. 은혜다! 은혜만이 나를 살게 한다. 오늘은 자꾸 눈물이 난다. 아이들이 살았을 고통의 시간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은혜로 살아가기를 바라며 눈물로 기도를 드린다. 은혜가 나와 우리 아이들을 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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