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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 594_나는 욥이 아니다!

  후회하지 않고 살리라 다짐했었다. 후회라는 말을 생각하지 않고 살기로 했었다. 이제까지의 내 삶에 후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후회가 밀려온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 내 삶이 후회스럽고 가슴이 아프다. 나 자신이 미워 견딜 수가 없다. 앞으로 나갈 수 없을 만큼 괴롭고 힘이 든다.

어제까지만 해도 몽골학교 분교를 설립한다고 돌아다녔고 사람들을 만나며 머리에 그 생각으로 가득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멈추어버렸다. 생각도 마음도 내 열정도 멈추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가슴이 너무 아파 자꾸만 눈물이 나고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내가 갈 길이었나 싶어 깊은 한숨만 나온다. 정말 미련하고 바보 같은 삶을 살았다. 내가 존경하던 한준식 장로님의 마지막 한마디가 생각난다. 암으로 고통받고 계시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옴을 느낀 장로님께서 내게 전화를 하셨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장로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유목사! 인생은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 딱 한 마디 이 말씀을 하시고 영면하셨다. 그것이 그분의 마지막 말이었고 그 말 한마디를 하시기 위하여 간신히 전화를 하신 거였다. 자식도 재산도 자신의 건강도 모두 잃어버린 욥도 똑같이 말했다. “알몸으로 왔으니 알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욥이 아니다. 욥은 하나님이 인정하실 정도로 의로운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어느 것 하나 후회스러운 일이 없었다. 그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에게 닥친 고난에 원망도 불평도 하지 않았다. 후회 없는 삶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아내와 아들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내 삶 자체가 모순덩어리였다. 돌아보면 온통 후회스러운 것들만 기억나니 내게 인생은 허무하다는 말도 사치스럽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서를 빈다. 내가 상처를 준 내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모든 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내 남은 마지막 삶을 조용히 성찰하며 정리하고 싶다. 이렇게 한마디라도 남겨두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무거운 마음으로 용서를 빈다.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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