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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554_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교회의 종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의 주범으로 붙잡혀 온 아돌프 아이히만이 자신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시키는 대로 행동한 것이 죄라면 죄일 뿐 자신은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재판의 판사는 아이히만에게 '생각하지 않은 죄, 의심하지 않은 죄, 행동하지 않은 죄'를 물어 사형을 선고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것은 아이히만이 평범한 보통의 인간이었음에도 엄청난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 되었던 것을 설명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시키는 대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위에서 시키고, 권력 잡은 자들이 시키고, 돈 가진 자들이 시키는 대로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시키는 대로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현실은 세상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늘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종교 권력을 잡은 자들과 종교 권력을 잡으려고 쫓아가는 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처연하고 답답하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종교 권력을 좇는 이들이 종교권력자들의 말과 결정에 무작정 동의하고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들의 동의에는 일정한 이해관계가 있다. 돈일 수도 있고 때로 알량한 종교 권력일 수도 있다.

특히 오늘 우리 교단의 문제는 권력의 중심에 선 이들이 세습을 정당화하고 총회와 교단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아이히만의 항변처럼 시키는 대로 살아가도록 우리는 그렇게 순치되었다. 한국교회는 너나없이 거의 모든 종교 권력이 소수 몇 명의 지도자들에게 위임되었다. 교인들은 물론이고 목회자와 지도자들이라 자처하는 이들까지도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 시키는 대로 살아온 결과가 오늘의 한국교회이며 우리 교단의 모습이다. 몇 명의 정치 목사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내버려 둔 결과다. 보잘것없는 권력을 잡고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수많은 교회와 교인들을 속인 결과다. 비겁한 목사들이 더 강한 지도자들을 따라가며 자신들도 주류집단에 속했다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교회를 이토록 참담하게 무너뜨린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려고 자식에게 세습하는 교회와 종교 권력을 넘어 정치권력까지 소유하려는 욕망으로 미쳐버린 목사, 총회장이 무언지도 모르고 덤벼들어 총회와 교단을 쑥대밭으로 만든 목사의 소식을 들으며 자괴감이 든다.

악의 평범성을 말한 한나 아렌트가 맞다. 모두가 우리 자신이다. 평범한 이들이 언제든지 악해질 수도, 죄를 지을 수도, 유혹 앞에 무너질 수도 있다. 첫사랑을 잃은 결과요, 겸손함을 잊어버린 결과다. 우리는 너무 자고 했다. 너무 성장했고 지나치게 부자가 되었다.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이렇게 망하고 무너지는 꼴을 상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너무 허탈하다. 누구를 위한 맹목적 동의이며 추종인가?

우리 주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의 섭리에 순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람과 권력에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생각하고 의심하고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그 자유를 포기하고 권력 앞에 무릎 꿇고 그 줄을 붙잡아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 결과가 오늘 한국교회의 처참한 공멸로 이어지고 있다. 총회는 문을 닫아라. 교단은 철저하게 해체하라. 그리고 개혁하라. 철저하게 껍데기를 벗겨내는 개혁을 시작하라!

 

 

생각하지 않은 죄와 의심하지 않은 죄, 그리고 행동하지 않은 죄에 대한 이 결과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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