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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사-2010년 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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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7-21 14:45 조회6,4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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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자녀 “갈 학교가 없다”

 

어린 ‘교육난민’ 국내 1만명… 컨테이너 박스 학교 딱 1개

학교장이 입학 허가해도 정규학생 아닌 청강생 신분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재한몽골학교 건물 옆에는 컨테이너박스가 있다. 여름엔 찜통이 되고 겨울엔 냉동고가 되는 이 컨테이너박스는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자녀 15명이 공부하는 교실이다. 정원 50명인 이 학교의 현재 재학생은 82명이다. 하지만 입학을 기다리는 학생은 아직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학교 교실의 4분의 1 크기로 가뜩이나 작은 교실에 15명씩 들어가 공부해야 한다. 이 학교 이강애 교감은 “아이들을 돌려보내기 안타까워서 컨테이너를 빌려 교실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몽골 노동자 자녀들이 찾아와 기숙사도 만들어야 했다. 학생들 중 절반 정도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학교는 전국에 10여 곳이 있지만 교육청 인가를 받아 학력인정이 되는 곳은 재한몽골학교 한 곳뿐이다. 올해 이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용지를 지정해주면서 200명 규모의 건물을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설립자인 유해근 목사는 막막해한다. 외국인학교로 지정돼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일년에 50여만 원씩 받는 학비로는 점심식사를 마련하기에도 급급할 정도다. 유 목사는 “방치된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결국 사회 문제가 된다. 어찌 보면 이 아이들은 한국에 조기교육을 온 셈인데 잘 교육하면 모국으로 돌아가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는 18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주노동자 자녀는 대부분 미등록인 탓에 몇 명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이 1만1000여 명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중 공교육을 받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자녀는 1400여 명에 불과하다. 약 1만 명의 아이들이 정규 교육권 밖에 방치된 셈이다.

 

외국인 체류자가 늘어나면서 국내법은 점차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보완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련법들이 충돌해 사실상 교육기회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주노동자 자녀의 입학은 학교장 재량이다. 최근에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어 대부분 학교장이 입학을 허가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정규 학생이 아닌 청강생 신분이어서 교육과정을 이수해도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을 받는다.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기본법상 보장된 교육권을 가질 수 없는 데다 모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해도 유학을 목적으로 한 입국이 아니면 학력 인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등학교까지 졸업해도 대부분 대학 갈 자격을 갖지 못한다.

 

또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공립 학교장은 국가공무원으로 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즉각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민단체들은 “교장이 입학을 허가함과 동시에 내쫓아야 할 의무를 갖고 있어 모순된다”고 지적한다.

 

 

유엔이 결의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국제협약’에 따르면 부모 중 어느 한 사람의 체류 또는 취업이 불법이거나 그 자녀의 체류가 불법임을 이유로 입학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최현모 한국이주노동자 인권센터 사무처장은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노동자 자녀는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한국인이지만 부모가 강제출국을 당하면 모국어나 문화도 모르는 채로 돌아가야 한다”며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채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교육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나라당 진영 의원과 김동성 의원 등이 이주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각계에서 불법체류를 양성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거세 법안 통과는 미지수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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