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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햇살을…그들을 보듬는 사역,두 목사 얘기



[국민일보 2005-09-22 16:00]  

한국 교회 입장에서 볼 때 외국인 근로자들은 선교의 보고(寶庫)이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들어온 그들에게 복음 전하는 사역이야말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열매를 거둘 수 있는 ‘투자가치 높은 사역’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그 사역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아직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노동과 임금 갈취의 대상이며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런 가운데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온몸으로 부대끼면서 외롭고도 힘든 길을 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 중 두 목회자가 최근 자신들의 심경을 밝히는 책을 내놨다. 김해성 목사의 ‘목사님,저는 한국이 싫어요’(외국인노동자의 집·02-863-6622)와 유해근 목사의 ‘가출해야 성공한다’(나그네·02-458-2981)이다. 제목에서부터 색다른 재미와 감동이 감지된다.

◇목사님,저는 한국이 슬퍼요/김해성 지음/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는 한국 교회의 ‘유명인사’이다. 젊은 시절부터 갖가지 시국사건의 한복판에서 ‘반골 목회자’로,혹은 ‘정의의 목회자’로 대접받던 그는 1992년께부터 외국인 근로자 인권 문제로 시선을 돌리면서부터는 이 방면의 대표 목회자로 자리잡았다.

‘외국인노동자의 집’과 ‘중국동포의 집’ 대표인 그는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을 설립,놀라운 추진력과 뚝심을 과시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끈 그의 집념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왜 전용의원 설립에 그렇게 매달려야 했는지,전용의원 설립 진행 과정,설립 후의 보람 등을 밝혀놓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체험한 하나님의 뜻을 진솔하게 개진했다. 못에 찔린 발의 상처를 제때 치료 받지 못해 파상풍으로 유명을 달리한 재중중국를 비롯해 여러 사연들이 눈물겹다. 

이 책은 김 목사의 첫 저서이다. 그의 지명도나 ‘활약상’을 고려할 때 다소 의외이지만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인색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하고 싶은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사랑의 헌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지,그리고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임을 절절하게 나타내고 있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성장한 어린 시절과 민주화운동에 몸담게 된 계기 등은 김 목사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게 한다. 성결교인이었다가 한신대로 진학하는 과정,고 이중표 목사와의 인연,빨갱이로 몰리면서도 지켜온 소신,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수많은 에피소드 등이 김 목사 사역의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가출해야 성공한다/유해근 지음/나그네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와 ‘서울선교교회’를 담임하면서 재한몽골학교 운영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해근 목사는 이 ‘바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선교하는 목회자로 사는 것을 자신의 운명이자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그가 이번 책을 통해 자기를 발가벗겼다.

몇년전 ‘나그네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는 책으로 자신의 사역에 대한 소회를 밝힌 바 있는 유 목사는 이번에 한층 깊숙한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또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에 관한 세세한 이야기도 밝혀 자신의 맨살을 시원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 책에서 외국인 근로자 사역에 대한 의식을 조금의 가감없이 밝힌 점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특히 물질로만 해결하려는 한국 교회의 잘못된 선교 방향에 대한 그의 일침은 시쳇말로 살 떨리기까지 하다.

유 목사는 자신과 더불어 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가출한 사람,즉 나그네로 보고 그 나그네야말로 세상을 변혁시키는 주체로 보았다. 그는 아브라함과 야곱,요셉과 모세,심지어 예수 그리스도까지 모두 나그네 인생을 감당한 사람들로 보았다. 그 자신 또한 나그네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교를 삶 자체로 보았다. 자신을 포함한 나그네들의 연약한 인생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선교라는 것이다. 언뜻 난해해 보이지만 재차 생각하면 지극히 단순명료한 이론이다. “외국인 나그네들과의 어울림에서 나온 사실적인 이야기이며 고백”이라는 그의 말에서 책의 내용이 짐작된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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