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수호 천사 이화여대 동아리 ‘다정’
2005년 1월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팜티 투투이(24·서울 마포구 공덕동)에게는 일주일마다 기다려지는 한국인 친구가 있다. 이화여대 봉사 동아리 ‘다정’의 회원인 김인애(20·정외과 2년)씨다. 김씨는 2007년 5월 이후 매주 한 차례 투투이의 집을 방문해 한 시간가량 한국어를 가르쳐 준다. 26일 오전에도 김씨는 투투이의 집에 찾아왔다.
“투투이, 여기 대화 부분 읽어 보실래요?” 김씨의 말에 투투이가 한국어 교재를 읽어 내려갔다.
“여보세요. 거기 서비스 센터죠? 세탁기가 고장 나서 어제부터 타-술-가 안 돼요.”
‘ㄹ’ 발음이 서투른 투투이의 발음을 듣고 김씨가 나선다. “자, 절 따라해 보세요. ‘무엇을’ ‘탈수’ ‘수리기사’….”
투투이는 국제 결혼 소개업체를 통해 남편을 만났다. 결혼 직후 아들을 임신하면서 양육 때문에 거의 집에만 있는 바람에 한국어 실력이 늘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단법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통해 동아리 ‘다정’을 소개받은 것이다.
‘다정’은 강지현(27·이화여대 대학원생)씨 등 이 학교 학생 8명이 2005년 학교 인트라넷에서 글을 주고받으면서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기왕이면 같은 여성, 그리고 아직 다른 봉사단체로부터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선택한 게 다문화가정의 이주 여성이었다. 이런 선택에는 강씨의 2003년 미국 연수 경험이 한몫했다.
“영어가 서투른 아시아계인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게 느껴졌어요. 한국에 사는 이주 여성들의 심정이 이해되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다정’의 회원은 지금 57명으로 불어났다. 현재 수도권의 다문화가정 12곳을 방문해 이주 여성 및 그들의 자녀 18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회원 한 명이 이주여성 한 명을 맡아 2년간 일대일로 지도를 하고, 이후에는 후배에게 바통을 넘긴다. 매월 체험 활동을 기획해 이주여성들을 집밖으로 불러내기도 한다. 5월에 열린 학교 축제 때엔 이주 여성들과 장터도 열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다정’은 SK텔레콤·KT&G복지재단·대학사회봉사협의회·서울시 등이 주최한 자원봉사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상도 받았다.
회원들은 이주여성과 친분을 쌓으면서 단순한 말 선생이 아니라 다정한 친구가 됐다. 이주 여성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가 하면 함께 옷을 사러 가기도 한다.
이주 여성들의 한국어 실력이 늘면서 가정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한다. 팜티 투투이의 남편 박경민(46)씨는 “아내가 한국어를 잘하게 되면서 훨씬 더 명랑해지고, 시장에 가서도 붙임성이 많아져 덤을 많이 받아온다”고 아내를 치켜세웠다. 김인애씨는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나도 큰 즐거움을 느낀다”며 “봉사는 서로 소통하고 배우는 것이지 일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8/12/29 성시윤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다문화가정=결혼이주민·외국인노동자·외국인 및 혼혈 어린이 등이 있는 가정을 뜻한다. 국적에 따른 차별성 대신 한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2007년 8월 총구성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최근 3~4년간 외국인 간 결혼이 전체 결혼 건수의 11~12%를 차지하고 있고, 매년 3만2000여 명의 동남아 여성이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다문화가정은 해마나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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