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1.23 18:17] 국민일보 돈밖에 몰랐던 한 외국인 불법체류 여성이 하나님을 만났다. 그 뒤로 지폐 세는 일보다 성경책 넘기는 게 좋아지고, 식당 일보다 교회에서 성도들을 위해 식사봉사하는 일이 훨씬 더 즐겁고 보람을 느꼈다. 그녀를 유심히 지켜본 교회 목사는 그녀에게 신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3년간의 힘든 신학대학원 과정을 마친 그녀는 이제 고향으로 향한다.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몽골여성 보르마(53)씨 이야기다. 다음 달 14일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졸업식을 앞둔 그녀의 표정에는 설레임과 흥분이 교차했다. “제가 한건 하나도 없어요. 우리 인생을 책임지시는 하나님이 도우셔서 할 수 있었던 것뿐이에요.” 그녀는 1996년 초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서 일하면 돈을 몇 배나 더 벌 수 있다’는 소식에 15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2주짜리 초청비자로 들어왔다. 그리고 1년 2개월간 불법체류자로 전전하며 돈벌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불법체류 신분을 악용한 임금체불 등과 같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외국인노동자 선교단체인 ‘나섬공동체’(유해근 목사)를 알게 됐고, 선교회 도움으로 밀린 급여도 받을 수 있었다. “월급을 받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선교회 안에 있는 교회에 나갔어요. 그런데 나에게 그토록 힘을 불어 넣어주는 말씀(설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어요.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지금까지 몰랐었나’ 싶더라구요. 너무 기뻐서 눈물까지 펑펑 쏟았습니다.” 보르마씨는 결단이 필요했다. ‘불법체류자로 남느냐,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느냐.’ 주위의 조언으로 그녀는 울란바토르로 귀향했다. 그리고 한국인이 현지에 세운 몽골연합신학교를 졸업하고, 현지 교회에서 3년간 전도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유 목사에게 편지를 썼다. “목사님, 하나님을 좀더 많이, 깊이 알 수 있도록 저의 지경을 넓히고 싶습니다.” 유 목사는 합법적인 체류절차를 통해 2004년 그녀를 불러들였다. 한국어훈련 코스에 이어 2005년 초, 3년 과정의 장신대 신대원 목회학석사(M.Div)과정에 그녀를 입학시켰다. 보르마씨는 새벽 5시부터 이튿날 새벽 1∼2시까지 한국어 영어 한자와 매일같이 씨름했다. 학교측에서는 그녀의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성실함에 후한 점수를 줬다. 보르마씨는 향후 선교회에서 교회개척 사역훈련 등을 받은 뒤 올 하반기쯤 본국에 돌아가 미혼모 및 이혼여성 등을 대상으로 사역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몽골에 만연한 조혼 풍습과 확산되는 혼전동거 문화 등의 영향으로 홀로 남겨진 여성이 많거든요.” 보르마씨의 신대원 졸업은 유 목사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선교회에서 꿈에도 그리던 ‘외국인노동자 출신의 1호 목회자’가 되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보르마씨는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신앙을 수용한 뒤 본국에 돌아가 복음을 전파하는, 이른바 ‘역파송 선교’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외국인 거주 100만명 시대에 돌입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선교회에는 보르마씨 외에 이란, 인도, 필리핀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합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정식 신학교육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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