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취급방침
오시는길

TEL : 02-446-4195
FAX : 02-458-2982

서울시 광진구 광장로 1
(광장동 401-17)
나섬교회

COPYRIGHT© 2016
NASOMCHURCH
ALL RIGHTS RESERVED.



노마드톡

> 유해근목사 > 노마드톡
bible
   
노마드톡 503_에스키셰히르에서 함맘욜로를 가다

함맘욜로’(Hammams)라는 말은 온천의 거리'라는 말이다. 에스키셰히르에서 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호잣트와 에스키셰히르 가정교회의 지도자인 P 형제 그리고 M 형제를 만나 아침부터 오랜만에 교제를 했다. 함께 오스만 투르크 시대의 전통가옥 거리 골목골목을 걷고 함맘욜로라는 곳에서 에스키셰히르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튀르키예 음식을 먹었다. 입맛 까다로운 내가 튀르키예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점심은 특별했다. 

점심을 먹고 거리를 걷다가 거리의 카페에서 차이를 마시기로 했다. 차이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함맘욜로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물으니 온천의 거리란다. 온천이라?!

그러면 이곳에 온천이 나오는가 물으니 호잣트가 이곳에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자신은 온천욕을 해보았다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렇다면 우리 모두 온천에 가자고 제안을 하였다. 호잣트가 즉각 반응을 하며 좋다고 온천에 가자한다. 여성들은 싫다고 하여 나와 호잣트, P, M 등 남자들만 가리로 하였다. 호잣트의 손을 잡고 온천으로 향하였다. 우리가 앉았던 곳에서 불과 5분여 거리에 온천탕이 있었다. 나는 서울에서도 가지 않는 온천 아니 목욕탕을 튀르키예에서 가게 되었다.

레슬링 선수로 한쪽 다리를 잃고 목발을 의지해 걷는 P, 앞을 볼 수 없는 나, 그리고 호잣트와 M 형제의 동행이다. 우리를 바라보는 튀르키예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의 행진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그곳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탕이었다. 시설은 우리의 시골 목욕탕을 연상하게 했다. 외국에서 그것도 튀르키예의 한 작은 도시에서 온천을 한다. 이곳에 온천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란 사람들과 함께 옷을 벗고 목욕을 한다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지만 나는 해보고 싶었다. 정말 1년에 목욕탕을 한 번도 가지 않는 내가 말이다. 눈의 시력을 잃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다닐 수 없었기에 자연히 목욕탕이라는 곳은 먼 나라이야기처럼 여겨졌었다. 그런데 튀르키예에서 이란 사람들과 나는 옷을 벗었다. 옷을 벗는 다는 행위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모습이다. 나는 볼 수 없지만 다 보여주어야 하기에 옷을 벗는 행위는 내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들이 내 치부를 본다는 것이 껄적지근 했지만 그래도 나는 자신 있게 옷을 벗었다.

물론 그들의 그것이 더 크겠지만 그래도 나는 한국남자다. 작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옷을 벗으니 호잣트가 큰 타올을 한 장 주면서 아래에 걸치라 한다. 치마처럼 타올로 내 치부를 가리라 한다. 그들도 모두 그렇게 하려는 모양이다. 이곳에서는 남자들끼리도 아래를 가린다. 보려면 볼 수 있겠지만 일부러 보여주지는 않겠다는 것일까?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호잣트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온천장에 들어섰다 샤워를 하고 온천의 뜨거운 탕에 들어가려면 자연히 아래를 벗게 될 터인데 이까짓 것으로 왜 아래를 가리는가싶어 거추장스럽게 여겨졌다.

호잣트와 P형제가 나를 조그만 돌 같은 것 위에 엎드리라 했다. P는 이란에서 국가대표를 지낸 레슬링선수다. 그의 손이 내 등 뒤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손이 맵고 단단했다. 이 손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나를 눕힌 P는 그의 커다랗고 두툼한 손으로 내 어깨에서부터 발바닥까지 누르고 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래는 벗기지 않았다. 일부러 그러는가 싶어 벗으라면 벗으려 했지만 여전히 내 아래는 그대로다.

뜨거운 온천물을 조금씩 내 몸에 붓고 손바닥으로 온몸을 해체하니 나는 로마의 네로가 되어 있었다. 네로가 이렇게 목욕을 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웃을 수는 없었다. 파라핫의 손이 너무도 진지하게 나를 해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라핫의 마사지가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M 형제가 또 나를 만진다. 그의 손도 만만치는 않았다. 그는 머리에서부터 시작했다. 머리에서 발바닥까지 그도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나를 만진다. 정말 네로가 부럽지 않았다. 아니 네로보다 더 행복했다.

마사지가 끝나니 호잣트가 뜨거운 온천탕에 들어가자 한다. 이곳 온천의 물은 산꼭대기에서부터 흘러내린다 한다. 뜨거운 것이 범상치 않았다. 물은 깨끗했고 쫄깃했다. 탕에는 우리 외에 다른 사람들은 없었기에 우리는 그 넓은 함맘의 온천탕을 독차지하며 뜨거움 속에서도 너무 시원하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이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더 웃기는 것은 온천탕에 들어가면서도 수건을 두른 채 들어간다는 것이다. 마치 여자들이 치마를 입고 물속에 들어갔을 때처럼 자꾸만 아래를 두른 수건들이 위로 치솟아 올랐다. 그것을 손으로 붙잡느라 애를 쓰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정말 웃겼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상한 모습으로 탕 안에서 안절부절 하였다.

몸을 다 닦고 밖에 나오니 튀르키예 종업원처럼 보이는 친구가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 묻는다. 호잣트가 꼬레라 답했고 그 청년이 또다시 나를 가려준다. 젖은 아래의 수건을 벗겨버리고 마른 수건으로 또다시 내 아래를 가려주었다. 정말 내 아래에 매우 신비한 것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그 청년이 나의 아래를 깊이 존중해 준 것이다. 아래만이 아니라 추우면 감기가 든다며 커다란 수건으로 내 온몸을 감싸준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니라 두 세장 쯤 되는 수건으로 내 머리까지 덮어준다. 웬 호강인가? 다시 네로가 떠올랐다. 21세기 튀르키예 에스키셰히르에 네로가 나타난 것일까? 마지막은 그래도 내 것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에도 사실은 나를 숨길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한국 남자가 아니던가? 이란 남자들이 한국 남자의 것을 본다는 것이 매우 인상 깊도록 자신 있게 나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리도 작아지는가?

에스키셰히르 함맘욜로에서의 하루는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던가? 나는 이제 이렇게 살기로 했다.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내 속에서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손해보고 살기로 했다. 보여주나 마나 내 것은 그대로 거기에 있고 그들도 내 것을 보려하지 않았다. 사실은 나 혼자 끙끙대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다.

 



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