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 중 라후족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우리와 너무도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는데 어쩌면 668년 고구려의 멸망과 함께 동남아시아 쪽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는 기록물에 의하여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리와 비슷한 언어구조와 감정언어, 제사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 관습 등이 우리와 깊은 관계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북쪽 눈이 내리는 곳에서 왔다고 했다 한다. 그들은 어쩌면 오래전 한반도에서 떠난 이주민들일지도 모른다. 태국의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도 라후족이 살고 있다고 하니 꼭 방문하여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1990년 유럽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 프랑스 보르도에서 만난 한국계 프랑스 여자 청년이 기억난다. 그 청년은 아주 어릴 적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이 되었는데 그 청년과의 짧은 만남과 이야기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묻고 살았다는 그 청년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몽골학교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몽골인이며 몽골 사람으로 성장하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누구든 자신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몽골 아이들이 결코 한국 아이가 될 수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각자의 뿌리와 정체성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교육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를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실존이라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혼의 여정이라 부른다.
자신의 뿌리를 아는 것은 장차 내가 갈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다. 나그네와 순례자는 다르다. 나그네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른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 바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순례자는 자신의 집, 즉 본향을 찾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뿌리를 안다. 뿌리는 집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이다. 선교는 나그네를 순례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주민들도 집이 있다. 그들도 본향이 있다. 그것을 알게 하는 것이 나섬의 존재 이유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라후족이 있는 곳을 방문하고 싶다. 그들의 뿌리가 우리에게서 나온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들을 만나 나와 당신들은 한 뿌리에서 나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영혼의 뿌리도 같은 곳에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에덴에서 노아의 방주가 머물던 아라랏산에서 우리는 파미르고원을 넘어 한반도로 왔다고, 그 후 라후족은 한반도에서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주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갈 집은 다시 에덴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