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몽골의 고비사막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가본 곳 중 고비만한 곳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일 고비보다 더 좋은 곳을 찾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고비를 일등으로 꼽는 것에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올해에도 나는 고비에 갈 예정이다. 고비를 좋아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렵다. 메마름의 아름다움이랄까? 형용모순의 단어들의 조합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거룩함이 그곳에 있다. 메마르고 황량한 고비는 너무도 두려운 공간이지만 동시에 하늘의 문이 열리는 야곱의 광야 같은 거룩함도 느껴지는 곳이다.
나는 그런 고비에서 유독 오래전 경험했던 바양작 공룡 계곡 혹은 레드캐년이라 불리는 곳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내가 고비를 처음 가본 것은 2000년이다. 그 당시에 나는 아내와 함께 아들 둘을 데리고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고비를 찾아갔다. 그 당시 놀랐던 것은 길거리에 공룡알 화석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후 다시 고비를 찾았을 때 공룡알 화석은 자연사 박물관으로 가져다 놓은 상태였다.
바양작이라는 공룡의 계곡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룡 화석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공룡 연구자들이 찾아와 화석을 찾고 있다고 한다. 나는 고비를 갈 때마다 바양작 공룡의 계곡을 가곤 하는데 그 계곡에서 우리 교회의 미래를 상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쩌면 한국교회에 저 공룡 계곡처럼 화석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룡은 큰 몸집을 지탱하기 위해 엄청난 먹이를 찾아다닌다. 공룡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무한경쟁의 한국교회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공룡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교회도 공룡이 되고 있다. 오직 자신의 몸집을 키우고 그것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교회처럼 공룡도 그랬다. 그리고 오늘 바양작 공룡의 계곡 앞에서 나는 교회의 미래를 걱정한다. 교회가 공룡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작지만 강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공룡은 반드시 사라진다. 공룡의 계곡 바양작은 그래서 살아있는 미래 학교다. 깊은 공룡의 계곡을 바라보며 우리는 결단코 공룡이 되기를 거부하고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공룡은 한때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공룡의 시대는 사라졌다. 역사가 그것을 가르쳐 준다. 하나님은 교회가 공룡이 되는 것을 바라시지 않는다. 나는 고비의 공룡 계곡에서 큰 공룡이 아니라 작지만 생명력이 있는, 그래서 영원히 존재하는 그런 교회를 상상한다. 고비에서 공룡알 화석을 보았던 그 충격적인 날을 잊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