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비전으로 살아왔다. 그동안 쉼 없이 상상하고 현실로 이루었고 또 그것을 위하여 많은 이들과 만나 교제했다. 그중 비교적 중요하게 여기던 사역이 몽골 사역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한·몽 비즈니스 네트워크이며, 몽골 평화경제포럼이었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북한 선교를 아우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목회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시 교회다. 교회로 돌아가 교회 안에서 세상을 섬기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접어야 할 것 같다. 다시 시작할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여기서 멈추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내 한계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자각했다. 뜻은 있지만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 그래서 몇몇 지인들에게 도와달라 부탁을 했지만 그들의 반응도 그저 그랬다. 이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와달라 말하는 것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더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얻어지는 것은 결국 큰 부담이다.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불편함이 더 크다.
두 번째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누군가가 손을 들고 앞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럴 사람이 없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의 도움도 여기까지임을 알았다.
세 번째는 이 사역이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이라는 점이다. 그분께서 하실 일이다. 결국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주께서 앞장서시고 그분께서 이뤄가셔야 한다.
나의 한계와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일은 하나님의 일임을 깨달았기에 이제 멈추려 한다.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 그 조건은 내 한계와 관계없는 일이어야 하고,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하며, 하나님이 맡기신 일이라는 확신이 드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 확신이 들 때 나는 그 일을 할 것이다.
그동안 나는 보이지 않는 장애로 인하여 사람에게 의지하며 살아야 했다. 그래서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나와 우리 사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님에도 나는 사람을 너무 믿었다. 그래서 결국 지쳐 포기해야 했다. 그것이 나의 실책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하여 한·몽 비즈니스 네트워크, 몽골 평화경제포럼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사역을 멈춘다. 여기서 멈춘다는 결단을 하는 것이 내게는 큰 고통이지만 그래도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그 멈춤이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순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