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선교사역을 하는 선교사님이 찾아와 대화를 나눴다. 영국 웨일스에서 선교 훈련캠프를 운영하는 목사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아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웨일스는 우리나라 선교의 시작이 되었던 토마스 선교사님이 태어난 곳이다. 그는 1866년 선교를 위해 우리나라에 왔으나 당시 쇄국정책으로 문을 굳게 닫은 조선의 저항으로 대동강에서 순교하고 말았다. 바로 그 토마스의 고향이 웨일스이고 선교사님은 그곳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웨일스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와 함께 영국이라는 국가를 형성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존 로스와 알렉산더 매킨타이어 선교사는 우리나라에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중국에 들어와 조선 선교의 문을 연 이들이다. 그들은 최초의 세례자는 물론이고 성서를 번역하여 선교사가 들어오기 이전 조선에 이미 성서를 보급한 사람들이다. 웨일스와 스코틀랜드는 우리에게 복음을 전한 최초의 선교 국가다. 그런 영국이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하고 순교했으며 성서를 전해준 국가다. 우리에게 영국은 복음의 빚을 지게 만든 나라다.
선교사님에게 영국교회의 상황을 물으니 웨일스 토마스 선교사 기념교회에는 노인들만 다섯 명쯤 모이고 있으며 그런 교회가 다반사이고 거의 모든 영국교회의 현실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한 영국교회의 현실은 참담했다. 다섯 명쯤이라 했다. 오십 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다. 어떤 교회는 이슬람의 모스크로 팔리고 어떤 교회는 퍼브(pub)같은 술집이나 레스토랑이 되고 나이트클럽으로 사용되는 교회도 있다고 한다. 한때는 조선에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젊은 청년들이 찾아올 정도로 열정적이던 선교 강국이 그렇게 망한 것이다.
문제는 영국교회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의 미래가 영국교회의 모습 속에 투영된다. 우리 교회의 미래가 영국교회의 현실과 같아지고 있다. 언젠가 영국교회처럼 교회가 문을 닫고 예배당이 상상하지 못한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 교회당은 지어놓았으니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예배당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사라진 교회는 더 이상 예배당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잃는다.
이제 예배당은 그만 지어야 한다. 건축하는 교회가 아니라 개혁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배당이 아니라 교회의 개혁이다. 교회의 존재 의미는 예배당의 크기나 화려함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교회다. 세상을 바꾸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교회가 커도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교회의 의미는 별것 아니다. 보이는 교회당이 아니라 살아있는 교회로 남아야 한다.
새로운 교회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교회 운동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참 교회를 찾아가는 한 해를 시작하자. 영국교회가 미래 우리 교회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완전히 망하기 전에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지금 교회가 위기다. 나라보다 교회가 더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