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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 599_다시 여행의 길 위에 서다

 우리는 여행자다. 하나님 나라로 가는 여행자다. 그 여정에서 동행자를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 행선지를 잘못 보아 엉뚱한 곳으로 가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은 여행이며 모두가 그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진다. 누구는 오랫동안 동반자가 되고 누구는 잠깐 만났다 헤어진다. 본질은 길 위의 삶이라는 점이다.

내가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것은 19909월이었다. 군목을 전역하고 앞으로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했었다. 그때는 젊었고 도전할 수 있는 나이였으므로 홀로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두렵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부터 본을 비롯하여 쾰른과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뮌헨을 돌았다. 함부르크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는 도중에 기차를 잘못 타 고생을 했고 노르웨이에서는 기차를 놓쳐 기차역에서 하룻밤을 노숙하기도 하였다. 로마로 가는 기차 안에서는 도둑을 맞을뻔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는 몬주익 언덕에서 큰 실수를 해 도망을 쳤고 파리에서는 김치를 먹고 싶어 이틀인가를 굶은 적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로마에서는 너무 힘들어 닭고기 한 마리를 사 들고 공원에서 먹다가 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한국인 배낭 여행객들이 드물었으므로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동행자를 만날 수 없었다. 다만 바르셀로나에서 한 젊은이를 만났으나 그와는 잠시만 동행을 했고 곧바로 헤어졌다. 그 후로 나는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외로웠고 힘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배낭 하나를 메고 홀로 돌아다녔다. 독일 통일의 현장에서부터 유럽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돌아보면 그 여행은 내게 큰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그때 인생은 여행이라는 것과 우리 모두는 나그네이며, 순례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것인지를 깨달았다. 동행자가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담대함을 배웠다. 어차피 인생은 홀로 가는 것임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였다. 혹시 누구라도 만나 동행한다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 인간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결단하여야 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누구든 만나고 헤어진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다. 그래서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고독한 것은 당연했으며 이제는 그 고독과 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고 그때마다 나는 고민했고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찾아다녔다. 고생스럽고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 젊은 시절의 방황이 내 삶에 큰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물론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들이 있지만 결단은 홀로 해야 한다. 다시 길을 만들고 찾아가야 할 것 같다. '네 장막터를 넓히라'는 말씀이 올해 받은 주제의 말씀이다. 장막터를 넓히는 것은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말이 아니다. 믿음의 장막터를 넓히고 생각의 지평을 확장하며 삶의 영역을 넓히라는 말씀이다. 믿음과 생각과 삶의 영역이 한 단계 넓어지기를 바라며 위 주제를 결정했다. 길을 만든다는 것은 그런 말이다.

나는 다시 길을 만드는 삶을 시작한다. 나섬의 길을 개척한 지 35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홀로 여행자가 되어 길 위에 선다. 그런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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