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 커뮤니티 > 공지사항
   
“남이 가지 않는 새 길을 열어간다” 유해근 목사(나섬 공동체 대표)


9ec601caf0ad6b1d49c6c164585e61e5_1469084
9ec601caf0ad6b1d49c6c164585e61e5_1469084 

 

선교하다 실명한 유해근 목사(나섬 공동체 대표), 그러나 꿈은 여전히 크다

“남이 가지 않는  새 길을 열어간다”

선교적 기업' 만들어 자립과 자생력 길러야 할 때  빵과 `복음', `인권'과 `선교'의 적절한 균형 필요
  

나그네를 섬기는 공동체인 `나섬 공동체' 대표 유해근 목사(48/사진) 초창기 다문화 이주민 선교 사역을 감당하며 갖은 억울함과 불합리한 상황에 분노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와 인권 보호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사역을 감당하던 유 목사는 몸의 가장 약한 부위인 눈에 무리가 왔다. 시력이 점점 떨어지더니 사물이 잘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 말하는 병의 원인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였다. 그 뒤 흐릿한 시력으로 사역을 감당하다 2005년 재한 몽골 학교를 건축하고 인가받던 중 또다시 무리한 탓에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고 작년에는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자신이 쓴 글이 바르게 쓰여졌는지 음성으로 확인해야 하고 식사를 하며 반찬 하나를 먹더라도 사모의 도움이 없이는 힘든 유 목사이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어느 장소에 이동하던지 사람 목소리가 들리면 “거기 누구 있나요?”라고 묻고 밝게 인사해 준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맡긴 사역에 대한 소명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 목사는 나섬교회 목회와 나섬공동체 전체적인 조율을 담당하고 있고 함께 일하는 사역자 25명이 각 영역을 담당하며 나섬 공동체를 움직이고 있다. 

“1992년 처음 사역을 시작할 당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은 너무나도 엉망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다문화 이주민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담소가 있고 정부기관에서도 이를 관장하는 부서가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문화 이주민들을 향한 기독교의 색깔인 복음 전파의 방향으로 집중하려 합니다.” 

나섬교회, 서울외국인 근로자선교회, 재한 몽골학교, 나섬 다문화학교, 나섬선교훈련원 등으로 이주민들을 섬기고 있는 유해근 목사는 군목 전역 후 미국 유학을 준비하였으나 마음속에 이주민들을 섬기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 길로 유학을 포기하고 그 당시 남들에게는 생소한 외국인 근로자 선교를 위해 1992년 구로공단에 `한국교회 외국인 노동자 선교 협의회'를 창설해 사역하기 시작했고, 1994년에 현재 사역중인 `나섬공동체'를 성수공단에서 시작했다. 

현재 `나섬공동체'는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하고 있다. 다문화 이주민 사역하면 떠오르는 장소가 이주민들이 많은 안산이나 구로일 것 같은데 전혀 연고도 없고 거주민도 없는 광장동에 터를 마련한 이유를 물었다. 

“이주민들도 욕구가 있어 자신들과 자신의 자녀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쉴 수 있는 공간을 갖길 원합니다. 이곳은 자연 환경이 좋아 학교가 있기에는 제격입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안락한 공동체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기에 이곳을 선택했습니다”라며 이곳에서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생각의 새로운 전환이었다. 

유 목사는 다문화 이주자 선교 사역의 새로운 방법론인 `선교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일한다. 그는 “많은 선교단체들이 후원과 기부를 통해 운영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자립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재정 자립을 통해 공동체 스스로가 자생력을 키워갈 수 있는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보았기에 시도 하게 된 것”이라며 취지를 말해 주었다. 

자생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나섬 공동체 자체적으로 `우렁이 만두'와 도서출판, 기부 받은 옷을 판매하는 `나섬가게'를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 근로자로 들어와 복음을 접하고 신학의 길로 들어선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해 주고 목사 안수 후 본국의 문화에 익숙한 그들을 역 파송해 스스로 복음전파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언제나 사역을 감당하며 “남이 먼저 했던 것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초'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사역에 임한다”며 자신의 목회관을 밝혔다. 

2008년 그는 기존의 스텝들과 드리던 예배를 확대해 나섬교회를 창립해 목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의미한 수적 성장이 아닌 스스로 지속 가능한 교회 중심의 교인들을 세워야겠다는 목적으로 목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한국의 다문화 이주선교를 바라보며 “현재 다문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사역은 `인권'과 `선교' 두 가지 관점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교회의 본래적 사명인 `선교'와 `복음전파'에 집중하려 합니다. 교회들이 진행하는 구제와 인권운동도 그리스도 전파와 구원이 없이는 사회 기업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문화 이주민들에게 복음의 씨를 심어 `새로운 유목민 시대'에 그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 확장의 통로가 마련될 것이라 확신했다. 

유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대해 나그네 의식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유목적 삶'을 제안했다. 예수는 스스로 길이라 말하며 새로운 개척을 말씀하셨는데 한국 교회는 예수의 모습과는 반대인 `성'을 쌓는 것을 보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본 모습이 아니라며 교회는 있는 힘과 권력을 누리며 안주하기 보다는 유목민과 같이 새로운 길을 여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들소리신문  6월 10일 2009년 
황승재(인턴기자) 



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