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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어둡지만 장애인 복지에 눈떴죠" 종달새 전화도서관 부장 김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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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용 인터넷 프로그램 개발하고 무료 보급하는 김정씨

15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종달새전화도서관 사무실(15.5㎡·5평). 시각장애인들이 전화를 걸면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신문·잡지·도서 내용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특수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 개발부장 김정(37)씨가 20인치 컴퓨터 모니터에서 5㎝ 거리에 얼굴을 들이밀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화면 글씨를 어른 손톱만하게 확대해놓고도 모자라, 돋보기를 들고 화면을 들여다봤다. 김씨는 선천성 백내장 환자다. 렌즈 두께만 3㎝쯤 되는 특수 안경을 써도 교정시력이 0.1밖에 안 나온다.

김씨는 2005년 12월부터 하루 12시간씩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시각장애인용 인터넷 브라우저 '종달컴'을 개발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19일부터 전국의 전맹(全盲·한치 앞도 안 보이는 상태) 시각장애인 6만여명에게 무료로 보급될 예정이다. 19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KT사옥 1층 아트홀에서 출시 발표회도 열린다.


▲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음성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한 종달새전화도서관 김정 부장. 그 역시 선천적 시각장애인이다./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존 인터넷 프로그램과는 달리 '종달컴'은 웹페이지에 나타난 이미지를 제외하고 텍스트만을 우선적으로 음성으로 변환해준다. 김씨는 "개발 초기엔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새웠다"고 했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눈이 어두워 9살에 간신히 한글을 깨쳤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버지 사업이 망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방직공장도 다니고 신문도 배달하며 독학했다. 

1989년 모 대학 전자공학과에 지원했다. 성적은 합격선이었지만, 학교측이 "저시력자는 공대 수업을 따라오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진로를 바꿔 이듬해 연세대 사회사업학과(현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다. 입학 직후 녹내장 때문에 수술을 8번이나 받아야 했고, 결국 학교를 자퇴했다. 이후 김씨는 다니던 교회에서 컴퓨터를 접하고 "시각장애인들도 컴퓨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찾자"고 결심했다. 교보문고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독학으로 컴퓨터 이론을 익혔고, 줄곧 시각장애인 관련 컴퓨터 업체에 근무해왔다.

4년 만에 종달컴을 완성한 김씨는 "나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라 대학 갈 때까지만 해도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몰랐다"고 했다. "그때 시력 때문에 좌절하면서 장애인 복지 문제에 눈을 뜬 거죠. 고생한 걸 생각하면 돈 받고 팔고도 싶지요. 그렇지만 앞이 안 보이는 분들한테 돈이 어디 있겠어요. 허허."

조선일보
5월 19일 
손장훈 기자 lustf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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