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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다문화 가정의 친정어머니 '하마방' 18/5/2009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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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다문화 가정의 친정어머니 '하마방'  

유치원생에 한국 적응교육

'친정어머니'는 결혼한 여성들에게 든든한 존재다. 급할 때 아이를 대신 돌봐주기도 하고, 힘들 땐 하소연을 들어주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준다. 그래서 친정어머니가 곁에 없는 다문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에서의 가정생활은 더 답답하고 힘겹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자센터(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시설) 보육시설 '하마방'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에게 친정어머니가 돼주자'는 취지로 15일 문을 열었다. 지난달 말부터 운영돼 왔는데 이날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고 축하행사를 가진 것이다.

하마방은 '하자마을 어린이방'의 줄임말로, 화~토요일 오전 9시~오후 7시 다문화 이주여성의 미취학(3~7세) 자녀들을 돌봐주는 곳이다. 현재 보육교사 3명이 베트남·필리핀·러시아·일본 국적 어머니를 둔 11명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예비)직업인만 아이 맡길 수 있어

하마방은 하자센터에서 일하는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고민에서 태동했다. 말과 글을 배워야 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지만, 아이를 맡겨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보육기관은 돈이 많이 드는 데다, 말이 서툰 아이들이 일반 보육시설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07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 결과, 일반 가정 자녀 56.8%가 유치원에 다니는 반면, 다문화가정 자녀는 그 비율이 27.3%에 불과했다.

하마방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안정적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과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적 환경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까닭에, 엄격한 입소 조건을 두었다. 다문화 이주여성이 '워킹맘'이거나 직업 교육을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국어나 요리 등을 배우는 사람들도 이 조건에 해당한다.


▲ 하자센터 어린이방‘하마방’에서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센터 직원 자녀, 보육교사와 어머니가 정겹게 어울리고 있다./하자센터 제공 하마방 보육료는 서울시 보육료 기준(시간당 2600원)의 70% 수준인 2000원으로 책정됐다. 2009년 12월까지는 하마방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보육료를 지원해 주고, 하루 두끼 식사비와 간식비 3000원은 본인 부담이다.

하마방에 아이를 맡기게 된 레홍토이(28·베트남)씨는 "세 살짜리 아이가 말도 잘하지 못하고 자주 아팠지만 일 때문에 제대로 돌보지를 못했어요. 일을 하다가도 아이 생각이 나 울었는데, 이젠 아이가 가까이 있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바른 한국어 쓰기 목표

하마방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취학 전 적응 훈련을 제공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하마방에 들어오기 전 조모(3)군은 말도 하지 못하고, 음식물도 제대로 씹지 못했다. 3세지만 1세 정도의 발달 상태에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베트남인 어머니는 집에서 한국어를 거의 쓰지 않았고, 한국인 아버지는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지난달 말부터 하마방에 나온 조군은 이제 밥을 먹을 줄 알게 되고, "아빠"와 같은 간단한 말도 할 줄 알게 됐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 때문에 언어발달에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 때문에 교육에서는 소외돼 있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이 교육부 등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취학 연령대 자녀 2만4867명 가운데 6089명(24.5%)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초등학교는 15.4%, 중학교는 39.7%, 고등학교는 69.6%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식단도 회의로 결정

하마방에는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하자센터 직원 자녀들이 섞여 있다. 부모들은 지난 2월부터 부모 모임을 갖고 하마방 운영방법, 아이들 교육프로그램과 식단까지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바르게 쓰는 것에 중점을 두며, 하자센터에 있는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과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의 힘을 빌려 놀이·공연·미술·요리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맛보게 할 계획이다.

오가니제이션 요리 이지혜 대표는 "한국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여자들, 특히 다문화 이주여성들에게 어렵기 때문에 '다 함께 아이를 돌보자'는 취지에서 하마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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