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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학교’ 학력인정 애처로운 꿈

 


‘몽골학교’ 학력인정 애처로운 꿈 

[경향신문 ]  

1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재한몽골학교의 50평도 안되는 좁은 앞마당은 뛰노는 30여명의 몽골 어린이들로 북적댔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넓은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중인 광장중학교 학생들과는 사뭇 대조를 이뤘다. 가정집을 개조한 5평 남짓한 교실마다 10여명씩 아이들로 가득찬 채 한국어 초급반 수업이 한창이었다. “크다, 작다, 많다, 적다…”.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낱말을 읽자 아이들은 제비새끼 먹이달라고 하듯 일제히 입을 열어 따라 읽었다. 경기 연천에서 매일 2시간 이상 걸려 이곳으로 등교하는 태 어처군(13)은 “기차와 지하철을 세번이나 갈아타야 하지만 학교에 와서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는 게 즐겁다”면서 “축구도 할 수 있게 운동장이 좀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몽골노동자들의 자녀이다. 몽골노동자 자녀들은 2001년 체류의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법이 고쳐지면서 비록 청강생 자격이지만 한국 학교에도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 사회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외국인이란 점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한계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한국학교에서는 몽골어 교육을 받을 수 없어 몽골인들은 그들만의 학교를 찾아나서고 있다.


이 학교도 1999년 12월 서울외국인노동자교회 유해근 목사가 30평짜리 지하방에서 몽골 아이 8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것이 계기가 됐다. 아동단체의 후원금과 자원봉사에 의존해 수업을 해오다가 지난해 6월 광진구의 배려로 지금 위치로 옮기면서 비록 옹색하지만 학교다운 구색을 갖췄다. 전교생 40명에 교실도 4개뿐이지만 교장·교감, 몽골인 담임교사와 8명의 과목별 교사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학교를 졸업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없다. 정식 외국인 학교로 등록되지 않아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비영리에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운영되는 학교라면 본국 정부의 추천만 있으면 외국인 학교로 등록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한몽골 대사관측은 이 학교 건물이 교육연구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천서 써주기를 꺼리고 있어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마냥 ‘선처’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라마불교를 믿는 몽골정부측이 교회관계자들이 봉사차원에서 운영하는 이 학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게 또다른 원인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교감 한금섭 목사(40·여)는 “수많은 아이들이 입학을 바라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심한 어른들 때문에 죄없는 아이들만 교육의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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