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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頭髮)고(考) - 염색(染色)이야기[김종철장로]

두발(頭髮)고(考) - 염색(染色)이야기


       준현이가 미국으로 3개월의 장기 출장을 가게 되어 양주의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물오른 제철 방어회와 생선초밥을 사가니 저녁은 따로 준비하지 말라고, 뉴질랜드에서 와있는 여동생에게는 미리 연락을 했었기에 우리(나, 이 권사, 준현)는 도착하여 바로 식탁에 앉았다. 7시는 저녁식사시간으로 약간 늦은 시간이라 아버님은 이미 갈치구이, 우엉, 연근조림을 안주로 가시오가피주(酒)를 한잔하고 계셨다. 며느리와 손자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신 아버님은 평소보다 말씀을 많이 하시더니 “얘들아, 내가 우스운 얘기 하나 해야겠다.”고 이목을 집중시키신다. 나도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아버님을 바라보았다. “정희야, 네 남편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보니, 나만 늙은 줄 알았는데 김종철도  늙었구나, 늙었어!” 하시며 허허 웃으신다. 아~, 이게 어찌 우스운 얘기인가? 90세 된 아버지가 62살 먹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인 것은 맞지만 결코 웃을 수 있는 얘기는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57세 동갑인 올케, 시누이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한통속으로 웃어대고 아들놈까지 낄낄댄다.

       문득 10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어머님은 소파에서, 나는 소파에 기댄 체 거실바닥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머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아버님에게 말씀을 하셨다. “여보, 아범 머리 허연 것 좀 보구려. 이제 우리 (머리에)물들이지 맙시다.” 그리고 그 후로, 두 분은 다시는 머리염색을 안 하셨다. 외모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 흰머리가 나면 그런가보다 하고 그대로 다녔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불효가 된 것이다. “제가 염색을 할 테니 아버님, 어머님은 다시 염색을 하세요.”라고 말씀 드려야겠다는 생각은 생각에서 머물렀고, 소천하신 어머님의 입관 때 어머니의 흰머리를 보고 그때 일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던 것이 어제 일 같다. 

       그런데 오늘, 느닷없는 “김종철도 늙었구나.”라는 아버님의 말씀이라니~. 약주기운과 고양된 분위기에 편승하여 우스개처럼 말씀을 하셨지만, 평소에 말수가 적은 아버님이라 언젠가는 아들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셨을 것이다. 부모에게 나이 든 자식일지라도 자식의 흰머리나 세월의 주름은 마음이 쓰이고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외양의 미추가 아니라, 자식의 늙음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안쓰럽고 가슴이 아픈 것이다. 그래 하신 말씀이리라. 그렇게 당신 모년(暮年)의 적막과 덧없음을 자식의 세월에 얹어 허허(虛虛)한 우스개를 하신 것이다. 

       내 마음의 짐을 덜기위해 아버님 뜻의 일부라도 받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염색을 하고 얼굴도 가꾸기로 마음먹었고 나는 그렇게 했다.

글쓴이 :  김종철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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