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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110 차별 없는 세상, 장벽 없는 교회

차별 없는 세상, 장벽 없는 교회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차별과 장벽을 허물기 위함이라 말한 바울의 언급은 언제나 진리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들 간에 왜 이리 높게 쳐진 울타리가 있어야 하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예수님 당시에는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부요한 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피차 어울릴 수 없는 담이 있었다. 특히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한복음 4장에 보면 예수께서 수가성의 여인을 만나실 때에 그 대화의 내용 가운데 얼마나 큰 차별의 서러움이 있었는지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여자이며 사마리아 사람이라는 절대적 한계를 가진 여인에게 다가서는 예수님의 모습은 처연하다. 다가오지 말라는 사마리아 여자의 경계심은 이방인으로서의 차별과 소외를 절실하게 느끼는 아픔의 절규다. 유대인은 사마리아 사람 같은 이방인이며 혼혈인들과 상종치 않았다는 기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사마리아 여자에게 다가가셨던 예수님은 그래서 우리의 구원자이시며, 복음은 기쁜 소식인 게다.
그 후 2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교회와 세상은 어떠한가? 다문화와 세계화가 이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건만 여전히 차별과 편견의 담장은 높다. 교회 안에는 가난한 자와 부요한 자가 공생하는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아무런 차별이 없는가? 나아가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에는 어떤 편견도 없다고 자신하는가 묻자.
우리 사회는 말할 것도 없다. 필자는 24년 동안 이주민 목회를 해왔다. 낮은 곳에서 밑바닥 목회자로 살면서 수없이 소외당했으며 거부당해왔다. 우리는 스스로를 나그네라 고백하면서도 정작 나그네가 들어오는 문은 닫힌 채로 놔두거나 좁은 문으로 버려두었다. 나그네와 함께 하는 삶은 서럽고 고단했으며, 절망적이었고, 한없는 열등감과 편견의 길이었다. 아직 교회의 담벼락은 이주민들과 작은 자들에게 너무 높이 쳐져있다. 낮아져야 함에도 우리는 점점 담장을 치고 높은 성을 쌓는다.
3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벌써 50주년이라 하니 오래전 제정된 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것은 단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 그건 허구이며 위장된 이데올로기다. 처음부터 우리는 다양한 이들과 어울려 살아왔으며 우리 몸 안에는 여러 유전자가 섞여 있다. 역사가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일본이나 호주, 미국 같은 나라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미 70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흩어져 살아간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처럼 우리도 그렇게 전세계로 흩어져 살고 있는 대표적인 민족이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권유린과 차별을 받아왔는가? 그런데 왜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그 한을 우리 안의 이주민들에게 반복하려 하는가?
출애급기 22장 21절에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기록되어 있다. 너희들도 애급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왔지 않느냐는 물음과 함께 하신 말씀이다. 우리 교회부터 이방인들에게 대하여 문을 열자. 그리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사랑하는 예수님의 목회를 회복하자. 이주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이제는 그들이 다음세대이며 우리 사회와 교회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다. 하나님 나라는 차별과 편견이 없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교회에서부터 차별과 편견이 사라지는 그날이 하나님 나라가 우리에게 임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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