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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426 차라리 게으른 목사로 남고 싶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엄청난 변화는 우리의 생각과 상상력을 능가한다. 당장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의 수가 급감하고 교회에 대한 충성도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누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로 문을 닫은 교회가 13,000여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인수가 줄어들었다는 보고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교회의 미래는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대형교회는 대마불사일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한다. 유연성을 잃고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공룡이 가장 먼저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워야한다. 문제의 핵심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누가 가장 먼저 가장 확실하게 하는가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위기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핀란드의 노키아(Nokia)와 코닥(Kodak)의 영광과 몰락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전세계 핸드폰의 선두였던 노키아와 아날로그 필름의 대표 주자였던 코닥의 몰락을 기억하여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거부할 때에 일어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세교회의 시대를 교회의 암흑기라 부르는데 그때만큼 교회가 잘나가던 때도 없었다. 그 후 교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역사는 교회의 몰락에 대하여 증언한다.

교회가 개혁을 거부하면 문을 닫고 말았다. 서구 유럽의 교회가 대표적인 예다. 오늘날 그곳에 교회의 건물은 존재할지 모르지만 교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건물이 교회가 아니듯 오늘의 한국교회 예배당도 진정한 교회가 아니다. 건물만 웅장한 교회의 미래는 상상하기조차 싫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쳤다. 교회는 위기를 맞았다.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모이기를 바라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다. 과거의 교회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래의 교회는 어떤 교회여야 하는가를 묻는 새로운 교회운동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기도가 부족하고 말씀이 없어서 문을 닫았는가? 예배가 부족해서 문을 닫았는가? 모이기를 게을리 해서라는 말은 한국교회에 적용될 수 없다. 우리만큼 기도와 예배와 말씀공부를 많이 하는 교회가 어디에 있었던가? 일주일에 서 너 번씩 교회에 나가는 교인들을 게으르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런데 왜 교회는 점점 힘을 잃어 가는지 되돌아봐야한다.

우리는 왜 위기를 맞이했을까? 누가 마지막까지 남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과연 예배와 기도와 말씀만 있으면 살아남을까? 지금 우리의 열심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들이 기도를 안했으며 율법공부를 게을리 했을까? 그들이 열심이 없어서 예수님이 비판을 하시고 욕을 하셨을까? 중세교회 교인들이 열심이 없어서 망했을까? 그들에게 예배가 없어서 그때를 암흑기라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위하여 예배를 드리고 교인들의 열심을 강요하는가? 십일조를 비롯한 헌금을 강조하는 이유는 정말 하나님을 위한 것인가? 전도를 그렇게나 열심히 하는 이유가 정말 하나님 나라를 위한 것인가 말이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교행위는 혹시 종교권력과 부를 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빚을 지고 예배당을 근사하게 짓고자 함이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닌가? 만약 하나님을 위한 건축이라면 왜 부도가 나는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목사가 된지 꽤나 오래되었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믿음이 없어서라면 차라리 다행이겠다.

우리 교회는 지난해 마지막 날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예배를 못 드릴 것도 없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 교회에는 주일예배 외에 수요예배 등 다른 예배도 없다. 오직 주일 아침 한 번만 예배를 드린다. 교인들에게 평일날 교회에 나와 봉사하라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평일은 열심히 일터에서 일하고 그 속에서 살라 한다. 헌금도 강요하지 않는다. 헌금도 결국 믿음의 문제이니 자신들의 믿음만큼 하면 될 일이다. 우리 교회는 예배당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 몽골학교 강당을 빌려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교회 건물도 없고 교인들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예배는 주일 아침에 한번, 헌금도 알아서 하라니 오늘날 교회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낙제 목사다. 그래도 나섬교회는 온전하니 기적이다.

나는 그런 우리 교회가 좋다. 기존의 교회와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교인들 중 나의 목회에 불만이 있는 이가 있다면 그런 것도 하나의 차별성이라며 받아들이라 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목회자가 실증나면 떠나라 했다. 거꾸로 목회자가 떠나는 것이 좋겠다면 나 또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싶고 내가 갖고 있는 목회철학과 영성에 합당한 목회를 하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겉이 아니라 속인 것처럼 우리도 보이기 위한 교회가 아니라 내용이 있고 의미가 있는 공동체로 남고 싶다. 차라리 게으른 목사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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