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톡

   매년 6월이면 몽골학교 졸업식이 거행된다. 몽골은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6월에 졸업식이 열리는 것이다. 벌써 14회째 졸업이다. 많은 몽골 아이들이 우리 학교를 거쳐 세상으로 나갔다. 몽골에서 한국말을 잘하는 몽골 청년이 있다면 틀림없이 우리학교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에는 몽골에서 아나르가 찾아왔다. 몽골 재무부의 사무관이 되어 한국 기획재정부에서 회의가 있어 출장을 온 김에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아나르는 우리 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때에는 중학교까지만 가르쳐 졸업을 시켰으니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몽골에서 다닌 것이다. 10년 만에 재무부의 사무관이 되어 필자를 찾아온 아나르를 만나면서 필자는 새삼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몽골의 의젓한 공무원으로 자란 아나르를 보면서 그런 마음이 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나르에게 몇 살이냐 물으니 26살이라 한다. 20대 중반에 재무부의 사무관이 된 것이다. 우리로 말하면 행정고시를 합격한 셈이다. 아나르에게 ‘몽골의 지도자가 되라’고 말하면서 그때를 위하여 인증 샷을 남겼다. 아나르는 내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손을 잡았다. 놈은 잘 생기고 키도 크고 멋지게 자랐다.

우리학교 졸업식 날이 되면 축제 같은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마음은 울적해지고 괜스레 눈물이 난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는 그 순간이 섭섭해서다. 지하실 작은 골방에서 시작한 학교가 한때는 컨테이너에서 공부를 해야 했고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는 동안 필자와 아이들은 수많은 고생을 했으니 눈물의 졸업식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고생의 기억들과 함께 아이들은 떠나야 하고 필자는 보내야 한다. 유독 마음이 착하고 순진한 몽골아이들이기에 필자에게 아이들은 스치는 바람이 아니다. 필자의 가슴 깊은 곳에서 단 하루도 함부로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들이다. 몽골학교는 필자의 인생 자체이고 아이들은 필자의 자랑스러운 삶의 흔적이다. 아이들은 곧 몽골의 미래이고 필자가 꿈꾸는 우리 조국과 몽골을 이어줄 다리이며 하나님 나라의 소중한 못자리다. 필자는 우리 몽골 아이들에게 한 번도 크게 화를 내본 적이 없다. 언제나 가슴 아프고 미안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마음으로 학교를 운영했다. 오래전 옆 중학교 아이들과 싸움을 해서 경찰서에 끌려갈 때에도 필자는 가슴이 아파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몽골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별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야 했던 것을 세상은 모른다. 우리는 그런 차별을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이 필자에게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인지 세상은 모른다.

필자는 두 눈을 오롯이 받쳐 학교를 세웠다. 몇 년 전 우리 학교를 찾아온 울란바타르 시장 에게 필자는 내 눈을 당신들의 아이들과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때에 바트울 시장은 필자에게 감사하다며 존경한다 말했었다. 그렇다. 필자는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시간과 몸둥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바칠 만큼 우리 학교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고 싶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가장 멋지고 훌륭한 아이들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아나르가 필자를 찾아온 날 그렇게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을 졸업시켜 보내는 내 마음을 세상은 모른다. 그 무시와 오해와 차별과 편견의 시간을 가슴에 담고 보내는 필자의 마음을 모른다. 필자가 오늘 이 절망의 삶을 운명처럼 여기며 살아야 했던 그 이유를 모른다. 그저 눈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그 가슴 깊은 아픔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은 연어가 되어 내게 돌아올 것이다. 마치 아나르처럼 힘 있게 자라 더 큰 연어로 내게 회귀할 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며 필자는 오늘도 살고 있다. 하루하루 죽음처럼 무섭고 거대한 바위가 필자를 내리 누르는 꿈에 잠을 깨고 밤새 고민의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떠나는 것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음으로 필자는 살아간다.

오늘도 필자는 요셉의 꿈을 꾼다. 잘 가라고 손을 흔든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날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날은 온다. 우리아이들과 헤어지며 나누었던 그 눈물의 이유를 깨닫게 될 그 날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