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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몽골7 벽 안의 문을 열다(2)

그 일이 있기 직전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학교를 운영하는 스텝으로 권성희 목사가 담당하다가 후임으로 한금섭 목사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하루는 한 목사가 내게 찾아와 청담동에 계신 어떤 분이 만나자고 한다며 함께 가자는 것이다. 누구냐 하니 자기도 모르는데 우리 학교를 돕고 싶다며 연락이 왔단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우리는 잘 지은 청담동 주택가 어딘가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사무실인 듯 했다. 크지는 않았지만 깨끗한 느낌을 주는 사무실이었다. 처음만나 인사를 하는데 그 회사의 전무님이란다. 그 당시만하여도 내 눈이 조금 보이는 때였으니 하는 이야기다.

처음 느낌은 까칠한 그대로다. 매우 사무적으로 말하는데 조금은 주눅이 들었다. 늘 후원을 받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언제나 주눅 들고 위축되곤 하였다.

 

그분은 많은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 여자 분은 의외로 통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책자에 실린 우리 학교의 기사를 보았다 한다. 자신은 몽골 관계 사업을 하여 몽골에 자주 다녀오곤 하는데 몽골행 비행기 안에서 마침 우리 학교 기사를 읽고 도움을 좀 주고 싶어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 달에 운영비가 얼마나 드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갑자기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 달에 얼마나 드는지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돈으로 만든 학교가 아니니 모든 것은 자원봉사자 그리고 유일하게 생활비를 주는 사람은 한 목사 한 사람이 전부다. 정식으로 채용한 선생도 없고, 제대로 된 교실도 없고 주먹구구식의 최악의 학교였으니 무슨 예산이 있을 것이며,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지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 한 달에 얼마나 필요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얼마나 드는지를 선뜻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속으로 만약 이분이 우리를 도와주신다면 대략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든다고 말하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목사가 하는 말이 한 달에 400만원이 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 목사가 이렇게 통 큰 여자인줄 몰랐다. 나는 200만원을 말하려 했는데 한목사가 400만원을 부른 것이다. 나보다 두 배는 큰 여자 목사다. 나는 정말 새가슴에 조그만 목사다.

그 자리에는 전부 여자들만 있었다. 권 목사도, 한 목사도, 그리고 그 회사의 전무님도 전부 여자다. 나만 남자다. 그것도 보잘 것 없는 남자다. 나는 왜 이렇게 작아지는지 그날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놀라운 대답이 들려온다.

 

"먼저 6개월 치 운영비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2,400만원이군요. 내일 아침에 온라인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나는 놀라움을 넘어 황당하였다. 당황도 아니고 그대로 황당하였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분이 아무런 조건도 없이 6개월 치 운영비를 주신단다. 그것도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을 단 한마디로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통 큰 사람들이 있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목사의 뻥치는 답변에 그대로 응수하는 이 여자 전무님의 말, 그리고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존재, 그 무력감이 교차하는 그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 여자 전무님이 지금 우리 나섬 교회의 이옥숙 권사님이다. 지금도 나는 권사님과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다. 정말 웃기는 만남이다.

 

여호수아 6 : 16-17

:16일곱 번째에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 때에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이르되 외치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 성을 주셨느니라 6:17이 성과 그 가운데 모든 물건은 여호와께 바치되 기생 라합과 무릇 그 집에 동거하는 자는 살리라 이는 그가 우리의 보낸 사자를 숨겼음이니라

 

히브리서 11 : 30-31

1:30믿음으로 칠일 동안 여리고를 두루 다니매 성이 무너졌으며 11:31믿음으로 기생 라합은 정탐군을 평안히 영접하였으므로 순종치 아니한 자와 함께 멸망치 아니하였도다

 

우연히 자기 집에 찾아온 나그네 두 사람을 극진하게 영접하였을 뿐만아니라 끝까지 보호해 주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오른 라합이라는 여리고성의 기생이 있다. 라합은 정탐꾼들이 중요한 사람이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물론 성서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당신들의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한지 나는 소문으로 들었다.’고 고백하는 라합의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할 수 있는 신앙고백이지 그것 때문에 나그네 정탐꾼을 더구나 자신의 민족을 배반하면서까지 숨겨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우연한 만남이 있는가? 우연을 가장하고 찾아오는 그 수많은 만남을 분별하여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고, 이것은 함부로 해도 되는 만남이라고 자신 있게 나눌 수 있는가? 만약 우리 자신이 여리고성의 기생 라합이었다면 그 순간 히브리 정탐꾼들을 숨겨주고 민족을 배반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가 있었을까? 그들이 누구인줄도 모르고 오히려 여리고성을 정탐하려는 스파이임을 알고서도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이옥숙 권사님에 대한 추억이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을 것 같은 그 만남을 필연으로 바꾸었던 라합의 모습이 이옥숙 권사님을 만나던 그날 그 순간에 떠올랐다. 그날 나는 이옥숙 권사님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순간에 역사가 일어난다.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들이 우연하게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우연히 보내진 자들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분명 하나님의 섭리가 숨겨져 있다.

 

마태복음 13 : 44

44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두고 기뻐하여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느니라

 

예수께서는 천국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천국은 땅에 감추어진 보화를 찾은 농부의 마음과 같다고 하신다. 한 농부가 어느 날 땅속에서 숨겨져 있는 보석을 발견했다면 그는 그 땅을 송두리째 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농부가 땅속에 있는 보화를 발견했느냐 이다. 보석이 있음을 알았다면 당연히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그 땅을 살 것이다. 그러나 땅속의 보석은 아무나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깊이 숨겨진 보석을 말이다.

 

우리는 만남 속에서 보석을 찾는 안목을 갖고 사는가? 만남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관점과 판단의 조건은 무엇인가? 우리는 먼저 외모를 본다. 얼마나 잘 생겼는지 혹은 예쁘게 생겼는지 살펴보고 판단한다. 건강은 양호한 지 아니면 나 같은 장애인인지를 살핀다. 그리고 판단한다. 함께 말을 섞어도 되는 사람인지 더 깊은 관계를 맺어도 좋은 사람인지 말이다.

그리고 또 묻는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서울인지 지방인지 서울이라면 강남인지 강북인지? 외국인일 경우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묻는다. 미국인지 일본인지 뜻밖에 몽골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하는가? 갑자기 반말로 어떤 일을 하느냐며 한참 내리깔고 쳐다본다.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한 달에 얼마나 버느냐고 또 묻는다.

그들 중 몽골에서 찾아온 몽골아이라면 또 어떨까?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가장 밑바닥 인생들이 우리 아이들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눈먼 목사다.

슬픈 일이 너무도 많아 하루도 눈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그 비극적 인생이 바로 나다. 그러나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옥숙 권사님과의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된 것이다. 이분이 바로 라합 같은 사람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권사님에게는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남다른 결단력이 있었다.

그날 나는 한없이 작은 목사였다. 내 옆의 세 여성은 크고 위대했지만 나는 쫌스런 목사였다.

하긴 몽골로이드 그러니까 지금의 몽골인들을 비롯하여 몽골의 피를 가진 민족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우월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던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월등히 낫다는 것이 내가 보아 온 몽골로이드의 특징이다.

'몽골의 피를 가진 모든 여성들이여! 당신들은 위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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