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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190 18년 만에 이사하던 날

 

한 곳에서 18년을 살다가 이사를 했다. 말이 18년이지 아이들이 어릴 적 이사를 와서 큰 아이가 그 집에서 결혼을 하고 이제는 손자까지 보았으니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았다. 1998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고 경제가 풍비박산이 나던 때 필자는 아내와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었다. 전세에서 드디어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진짜 부동산의 전설도 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한 시세에 집을 사서 이사를 한 것이다. 그리고 18년이 지났으니 우리는 그런대로 나라의 경제 위기를 기회로 붙잡아 집을 산 경우다. 그런 측면에서 위기가 기회라는 평소 필자의 경제관에도 이런 이력이 있다. 나는 경제를 잘 모르지만 경제의 흐름을 따라잡는 데는 이런 직감력도 중요한 조건이 되는 모양이다. 특별히 부동산의 경우는 지식보다 직감력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이사할 때와 이사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며 사는 것도 직감과 관계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18년만의 이사도 그런 직감의 덕을 본 것이니 내게는 특별한 부동산 직감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하늘이 내게 그런 직감력을 주셨다면 그것은 은사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섬의 부동산도 거의 필자의 직감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직감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사에 대한 결단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이다. 이사를 하기로 결단을 한 후 이사를 위한 준비는 거의 아내의 몫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사를 결정하고, 이것저것 챙기는 일에 훈수를 두는 정도에 불과하다. 나는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훈수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사를 한번 하는 것이 참 힘들고 복잡하다. 떠나는 집과 새로 이사할 집에 대한 다양하게 얽히고설킨 것들이 이렇게나 많아서야 어떻게 이사를 한단 말인가.

세상에서도 이렇게나 힘들게 이사를 하는데 죽는 날 천국으로 가는 이사는 어떨 것인가 싶었다. 여기는 영원히 살 집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할 수 있다면 이곳에서 더 머물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에서 떠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유목민인 몽골인들은 평생을 살면서 수도 없이 이사를 한다. 초원에서 게르라는 작은 텐트를 치고 양, , 낙타 같은 가축을 이끌고 여기저기로 이사를 한다.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이 그들에게는 다반사이고 일상이다. 필자는 18년 만에 이사를 하면서 이사가 일상인 사람들을 생각했다. 필자가 사역하는 몽골학교와 나섬의 나그네들이 무척이나 존경스럽게 느껴졌음은 당연하다. 이사 한번 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힘들건만 마치 밥 먹는 것처럼 이사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저들 유목민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다. 그래서 유목민이 자유인인 까닭은 이사하는 것에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리라.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그런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세속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이생에서 저승으로 이사를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도록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인생관으로 산다면 이 세상의 헛된 것에 마음 줄 이유도 없다. 온 것도 내 뜻이 아니니 가는 것도 내 의지와 상관이 없다. 그저 그분께서 오라하시면 오고 가라하시면 가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이다. 이사 하는 날 아침 인간의 유한성에 대하여 생각하던 중 큰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치매로 고통 받고 수년을 사시다 이제 훌훌 털고 가신 것이다. 사촌형님인 유형근 목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천국 가신 큰어머니 이야기와 우리 집 이사 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삶을 생각했다. 언젠가는 우리도 간다. 이사를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할 때가 온다. 잘 살아야 잘 간다. 아니 잘 가야 잘 사는 것이다. 오늘은 이래저래 정신없이 바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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