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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근목사와 함께 하는 미션하이웨이-시베리아편(1)

나는 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가?

 

내 버킷 리스트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시베리아의 대륙을 달리는 꿈이 있었다.

1912년 완공된 시베리아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열차로 총 길이가 9,334km에 달하며 이는 지구 둘레의 1/4에 해당하는 거리다. 세계에서 가장 긴 이 철도가 생겨난 후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문화적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났을 정도로 이 열차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평가는 표현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며 그 철도로 러시아는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철의 실크로드를 잇는 거대한 제국이 되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기 전 이미 그들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혁명을 통해 그 목적을 이루진 못하였지만 러시아 혁명은 그 꿈을 다른 쪽으로 펼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만들어 내었다. 스탈린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통하여 소련이라는 거대한 사회주의 제국을 통치하는 한편 제국의 통치에 반하는 자들은 거침없이 시베리아의 유랑지로 내몰아 제국을 만들어 가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1937년 조선으로부터 이주해온 디아스포라 한민족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태워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벌판으로 내쫒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하였는데 그는 이로써 한민족을 멸절시키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 후에도 소련이라는 나라는 해방이후 북한의 사회주의를 태동하는데 일조하며 남북을 분단시키고 1950년 한국전쟁을 막후에서 조종했던 나라로서 우리는 소련을 지구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가 역사의 반전을 상상할 수 있었으랴. 역사는 돌고 돌아 나는 지금 그 소련, 아니 러시아로 바뀐 그 곳에서 시베리아를 달리는 횡단열차를 타고 싶어 버킷 리스트에 그 바램을 적어놓지 않았던가! 나는 과연 과거를 잊은 것인가?

아무도 역사의 반전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하나님만이 역사를 주관하실 뿐 인간의 머리로는 그 역사의 아이러니를 상상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

나는 지금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우리가 기다리는 게이트는 인천공항에서도 가장 끝자락 게이트인 131번이다. 아마 인천공항의 탑승구 중 가장 끝인 듯하다. 러시아 항공을 타기 위해 이 끝까지 찾아오려니 다리가 아프신 우리 어머니 권사님 같은 분들은 중간 중간 쉼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국적기가 아니기 때문인 것은 이해하지만 나름대로 우선순위가 있고 국가마다의 힘의 크기에 따라 비행기 탑승구의 배치가 다르다는데 어찌 러시아의 자리가 맨 꼴찌인가 하는 탄식이 나온다. 비행기는 제 시간이 조금 지나 이륙했다. 작은 비행기다. 150명 정도 탈 수 있는 비행기에 절반 정도가 탑승했다. 탑승객이 비교적 적은 듯하다.

10시가 훨씬 지나 출발한터라 모두 지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기 전까지 단 1분도 쉬지 못한 채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를 보낸 나는 아직 눈을 감지 않고 버티고 있다. 피곤하지만 왠지 이대로 잠들고 싶지 않아서이다. 지금 이 시간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잠은 나중에 자도 된다. 늦은 시간이지만 이 비행기는 북한 땅을 넘어 러시아의 블라디까지 간다. 아마도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을 즈음이면 북한을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비행기 창문 밖을 넘어 아래를 보고 싶지만 보이는 것도 볼 수 있는 것도 없다. 그저 깜깜한 어두움이 전부다. 내 눈도 깜깜하고 저 땅도 깜깜하다. 모든 것이 어둡고 보이지 않는 암흑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온 역사이며 지금 한반도의 형편이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과 불안정이 지금의 상태다. 전세계의 화약고가 되어버린 우리 조국이 가슴 아프다. 언제나 이 반도에 밝은 빛이 드리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기도를 한다. 어제 북한 청년들을 데리고 강원도 고성까지 다녀온 담쟁이학교 모임이 떠오른다. 그 청년들이 그리워할 북한이 내가 타고 가는 비행기 아래에 있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저 폐쇄된 절망의 대지를 생각하며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이 조국이 시베리아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달리는 그 땅은 오히려 축복의 땅이요, 우리가 가야할 이 조국의 반쪽이 시베리아가 되어 버린 듯하다.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당장 경계로 가라 했다. 북한과 접점이 되는 국경 도시로 가면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훈춘이 그곳이라고 했다. 훈춘이 중국의 접점이라면 아마 러시아 쪽은 블라디보스토크이다. 훈춘과 블라디보스토크는 거의 같은 지역이다. 중국와 러시아라는 차이일뿐 북한과는 같은 경계의 도시다.

그렇다! 나는 지금 그 경계의 국경도시에 기회를 찾기 위하여 가고 있다. 기회, 은총의 기회를 찾고 싶다. 다른 사람이 가지 않는 그곳에 분명히 하나님이 숨겨놓으신 은총의 기회가 있을 것 같아 가고 싶었던 거다.

통일을 소망하고 기대하는 자들에게만 주어질 그 축복된 기회를 발견하고 싶었다.

 

비행기 밖은 한참이나 어둡다. 보나마나한 밖이지만 그래도 내다보려는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바이칼호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전부였을 일행에게 나는 우리의 목적지는 블라디보스토크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나머지는 보너스 일뿐이라고 했다. 그것은 나의 진심이기도 하다. 우리의 목적지는 블라디보스토크이다. 나머지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붙은 여분의 팁이다. 블라디에는 분명히 비밀이 있을 것이다. 통일의 길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찾아야 하고 그것이 내가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려는 이유였다.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는다. 밤이 새도록 무언가 곰곰이 생각할 것이 있다. 나는 오늘 아침 나섬에서 교인들에게 내 고민을 설교했었다. 아직은 희미하지만 이전의 선교센터를 재활용하는 것이 옳다는 느낌이 든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탈북 청년들을 위한 창업지원 센터도 필요하고,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대안학교도 만들어주고 싶다. 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의 학교의 역할도 하고 싶고 몽골 아이들을 비롯한 아시아의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도 생각한다. 그 정도라면 우리 센터는 훌륭하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꿈을 이루어내고 싶다. 가능할 것인가?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지만 의미있고 멋진 사역이 될 것도 같다.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하여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북한과 통일을 생각하고 나섬과 내 인생의 미래까지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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