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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역경의 열매> 유해근(10) 2017-04-14

[역경의 열매] 유해근 <10-끝> “오직 하나님 의지하며 나그네 섬길 것”

어려울 때마다 나타난 도움 손길… 경계 넘나드는 선교 공동체 꿈꿔

입력 : 2017-04-14 00:02


[역경의 열매] 유해근 <10-끝> “오직 하나님 의지하며 나그네 섬길 것” 기사의 사진
최근 열린 나섬공동체의 수련회에서 유해근 목사가 참석자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에는 잠잘 곳이 없거나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 질병에 걸린 이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그들을 돌보고 먹을 것을 줘야 하는데 당장 내일 먹을 쌀이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적재적소에서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어쩌면 현재까지 사역을 이어온 게 기적인지도 모르겠다.

구로공단에서 성수동, 강변역 인근의 지하공간을 거쳐 광장동에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재한몽골학교 몽골문화원 등이 모인 번듯한 공간을 마련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대형교회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맨주먹으로 시작해 이 정도로 성과를 이뤘으니 나름 성공했다고 자축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사역을 되돌아보게 됐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주중에 몽골인 아이들은 꿈을 키우며 학업에 몰두한다. 주일 아침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각국에서 온 이들이 각자 찬양을 하며 예배를 준비하는 것을 통해 깨달았다. 예전에는 예배드리는 것조차 그렇게 힘들어하던 이들이 이제는 예배는 기본이고 성경읽기와 기도가 생활화돼 있다. 저들 중에 선교에 헌신하는 이들도 나올 것이고 그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는 일이 핵심이다. 물론 사람에 실망하기도 한다. 예전에 우리 공동체에는 통역을 담당하던 몽골인 여성이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총명한 사람이었다. 신앙도 견고했다. 그의 성장을 무척이나 기대하며 서울장신대 입학을 도왔다. 학비와 교통비도 지원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여성은 특별한 이유 없이 공동체를 떠났다. 한 대형교회에서 더 많은 지원금을 주겠다며 데려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곳에서도 통역을 하고 있다고 했다. 허탈했다. 하지만 그를 원망하진 않는다.  

나는 경계를 넘나드는 교육·선교 공동체를 꿈꾼다. 몽골의 울란바토르 시 외곽에는 옛 돌궐족의 장군이었던 돈유쿠크의 묘비가 있다. 그곳의 비석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 그러나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 이는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성을 쌓으면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해진다. 하지만 길을 내고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달려가는 것은 공생을 가능하게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20년 넘게 섬겨오며 경험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공동체는 2012년부터 ‘뉴라이프 미션 동대문 비전센터’를 운영 중이다. 은퇴한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자, 주부 등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섬김이 훈련을 시킨다. 평균 연령은 70대 초반이다. 수료생들은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한국어교육이나 상담, 미용봉사 등을 한다. 수료생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이 있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추후에 이 땅을 떠나서 하나님 나라에 머무를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하는 데 힘써달라는 것이다.  

이 사역을 해오며 광야를 걷는 것처럼 힘들고 거친 경험을 많이 했다. 때로는 홍해와 같은 거대한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홍해를 가르시는 하나님, 광야에서도 먹이시고 입히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약하고 약한 존재이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이 땅에 머물고 있는 나그네들을 섬기는 길을 걸어 갈 것이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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