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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역경의 열매>유해근(9) 2017-04-13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를 창립하고 성수동에서 외국인근로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어느 날 이란 사람 한 명이 찾아왔다. 그는 1993년 한국으로 와 성수동 인근 공장에서 박스를 나르던 불법 체류자였다. 그는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단 조건을 내걸었다. “나는 무슬림입니다. 예수를 믿지 않습니다. 예배를 드리라고 하지는 마십시오.” 그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근데 공교롭게도 당시 성수동의 선교회 공간은 지하실 한 곳뿐이었다. 거기서 한글을 가르치고 밥도 먹고 예배도 드렸다. 그는 한글을 배우러 왔다가 어쩔 수 없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 예배가 그에게 퍽 감동을 줬나보다. 하루는 그가 이란어로 된 성경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성경의 내용이 궁금했던 것이다. 당장 구해줬다. 그는 열심히 읽었다.  

그때 나는 말씀에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그는 내게 와서 말했다. 매주 토요일 자신의 집에서 이란인 친구들과 성경을 읽고 있다고 했다. 믿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주 토요일 저녁에 그의 집으로 심방을 갔다. 정말 이란인 3∼4명이 모여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그들이 너무 예뻐 보였다. 밥을 사겠다고 했다. 뭘 먹겠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삼겹살을 먹겠다고 했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는 게 금지돼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이렇게 맛있는 걸 그동안 왜 안 먹었는지 모르겠다”며 무척 잘 먹었다. 그날 많은 돈을 썼지만 너무 행복했다.

그는 이후 세례를 받고 개종을 선언했다. 2004년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난민자격을 얻었고 한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우리 공동체에서 봉사하던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도 했다. 귀화를 했으니 한국식 이름을 정해야 했다. 내 성을 따라 유씨로 할까 물어보길래 이란에서 왔으니 이씨로 하라고 했다.  그는 ‘이란 이씨’의 시조가 됐다.  

그는 수년간 이주민 선교의 리더로 활동했다. 신학공부를 하고 싶다며 서울장신대와 장로회신학대 신대원에 진학했다. 아무리 한글 공부를 했다 해도 신학용어를 알기란 쉽지 않았다. 호잣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2013년 10월 마침내 목사 안수를 받았다. 서울 행당동 무학교회에서 목사안수식이 열렸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안수를 받기 위해 모인 가운데 나는 그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불법체류자로 이 나라에 와서 각종 차별과 멸시를 당하던 그가 목사가 됐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우리 공동체는 2014년 6월 그를 T국에 선교사로 파송했다. T국은 이슬람 국가이자 주변의 이슬람 국가에서 온 난민 수백만 명이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그는 그들을 전도하라는 사명을 마음에 품고 가서 나섬페르시안교회를 개척했다. 

선교의 열매는 놀라웠다. 개척 10개월 만에 15명의 무슬림이 세례를 받았다. 나는 지난해 2월 T국을 찾았다. 나섬페르시안교회에서 두 명의 이란인에게 세례예식을 베풀기 위해서다. 그들은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신실한 크리스천이 되기로 결심했다.  

외국인 근로자 한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는 무슬림 국가에서 복음의 선봉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생각할수록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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