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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유해근(6) 2017-04-10

[역경의 열매] 유해근 <6> “외국인 근로자들 머물 공간을”… 건물주에게 눈물 호소

1996년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창립… 근로자들 너무 많이 찾아와 결국 이사

[역경의 열매]  유해근 <6> “외국인 근로자들 머물 공간을”… 건물주에게 눈물 호소 기사의 사진

1996년 겨울 서울 성수동의 한 교회 지하에 마련 된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사무실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예배 중 손을 들고 찬양을 하고 있다.

 

 

1995년 가을 성수동 뚝섬 근처로 사역지를 옮길 때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노회 노회장이던 이정일 목사님의 도움으로 몇몇 교회에서 지원을 받았다. 한 교회 지하실 한구석에 마련된 어두컴컴한 사무실에는 컴퓨터 한 대와 전화 한 대가 전부였지만 나는 의욕에 가득차 있었다. 1996년 1월 28일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를 창립했다. 사무실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쉼터로도 사용됐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공간으로도 사용됐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의지할 곳 없던 그들에게 그곳은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실직한 외국인 근로자들과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도 실시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생활비는 전혀 제공해주지 못했다. 매일 라면으로 겨우 끼니를 때웠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는 것도 문제가 됐다. 교회로부터 ‘나가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받았고 결국 쫓겨날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내 통장에는 정확히 100만원 밖에 없었다. 그것도 어느 집사님이 후원금으로 쥐어준 돈이다. 뚝섬유원지에서 천막이라도 치고 사역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새로운 공간을 얻게 됐다.

우연히 서울 강변역 인근 한 유치원 건물의 지하공간이 비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건물주는 꽤 돈이 많은 사람이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머물 공간으로는 내어줄 수 없다고 했다. 난감했다. 건물주의 집을 직접 찾아갔다. 너무 절박했기에 처음으로 사람 앞에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했다. “나는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남은 게 있다면 외국인 나그네들을 위한 사랑과 저들 뒤에 계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뿐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갈 곳이 없습니다.” 

건물주는 그날 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단돈 100만원으로 가계약을 하고 우리 선교회는 그곳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이후 2억5000만원의 전세금이 채워진 것은 기적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들이 헌금을 했고, 전혀 알지 못했던 분들이 찾아와 도움을 줬다. 불과 6개월 만에 빌린 전세금을 모두 갚았다. 이사를 마친 날 외국인 근로자들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전 감사예배를 드리고 각오를 달리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열등의식을 갖고 있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필리핀 근로자 롤란도가 몇 주 째 보이지 않았다. 예배에 빠지지 않는 친구였기에 신상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얼마 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몇 주째 어디에 갔었냐고 물어도 답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강남의 한 대형교회 영어예배부에 출석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우리선교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 선교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편안한 공간, 분위기였지만 그에게는 가시방석이었다. 거기에 모인 외국인들은 미국, 유럽, 호주 등지에서 온 대학교수, 외교관, 외국기업의 주재원 등이었다. 롤란도는 스스로 위축되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새삼 그가 의지할 곳이 우리 선교회라고 깨닫고 돌아온 것이다. 롤란도와의 대화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느끼는 절망적인 열등의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가족 같은 공동체를 꾸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정리=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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