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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 154 너무 깨끗하게 살지 말자

   한 주간 병원에 입원하여 있으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상하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혼자서 어디를 오고갈 수도 없음은 물론이고 발바닥을 다쳤으니 걷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루 중 침대를 벗어나는 경우는 고작 아침에 치료실에 가서 상처를 소독하고 돌아오는 일이다. 그 외엔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것이 전부다. 소변은 작은 소변통을 준비해 해결하면 아내가 모든 것을 치우고 비워준다. 그러다 큰 볼일이 생기면 화장실엘 가야 하는데 처음에는 과민한 내 성격상 며칠을 참고 또 참아낸다. 그러다 가스폭발 일보직전에야 비로소 화장실을 찾는다.    

월요일에 입원해서 금요일을 지나 토요일까지 한 주간을 꼬박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나는 샤워는 물론이고 머리도 감지 못한 채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혼자 움직일 수 없으니 그랬고 이상하게도 처음 하루 이틀을 그냥 그렇게 지내고 나니 머리 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런대로 참아낼 수 있게 되었다.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난 것이 아마 내가 이렇게 수염을 깍지 않고 지낸 것도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씻지도 않고 수염도 깍지 않고 며칠 동안 이를 닦지 못하여 입에서는 퀘퀘한 냄새가 진동해도 나는 입원실 침대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참고 지내야했다. 또 하나 고백하건대 한 주간 동안 속옷도 갈아입지 않고 버티었으니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누추하고 지저분하며 냄새나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아내도 굳이 나에게 씻으라 강요하지도 않고 부창부수처럼 아내도 그럭저럭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아내도 제대로 닦지 않는 것처럼 보이니 나하고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것 같다. 물론 하고자하면 왜 깨끗하게 닦지 못할까 싶지만 정말 참 이상하게도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 주간을 씻지 않고 버티었다. 힘도 들고 마음도 괴롭고 몸도 자유롭지 않아 하루 이틀 지내다보니 한 주간이 그렇게 지나간 거였다.

본디 나는 아주 괴팍하여 아무 것이나 먹지 않고, 아무데서나 자지 않으며, 아무나 만나지 않는 매우 낯가림이 심한 남자다. 특히 더러운 것은 참지 못하여 단 하루라도 샤워를 하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성격이다. 하루에 꼭 한 번씩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럽다고 생각되면 아침에 입은 옷이라도 곧바로 빨래 통에 던져 놓는 사람이다. 우리 집은 내가 보이지 않아 그렇지 아마 보였더라면 아내가 하루도 청소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을 만큼 꼬장꼬장하게 잔소리를 했을 게다.

그런 내가 한 주간 동안 씻지도 않고, 속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냄새가 나도 참고 또 참았다. 오늘은 아내에게 머리에 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하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물론 한 주간 동안 감지 않았으니 하얀 비듬이 떨어졌음은 분명하다. 유난히 기름기가 많아 머리카락은 기름으로 떡이 되어 뭉쳐있었으며, 그나마 숱이 없어 다행이지 참으로 고약한 냄새가 머리로부터 내 코를 진동한다. 병원 입원실이 더워서 그런지 몸 구석구석이 간지러워 손으로 긁다보니 가느다란 국수 가락 같은 것이 묻어 나온다. 그럴 때면 남몰래 병원 침대 밑으로 던져버리곤 한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어렸을 적 기억이 난다.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한 달에 한 번도 목욕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목욕탕 가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아마 일 년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목욕탕엘 갔었던 것 같다. 참 가난하여 먹지 못하고 닦지 못하며 살았던 어린 시절이었다. 부모님이 어느 날 몸 하나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통 안에 더운물을 담아 주시면 어린 나는 몸을 담가 때를 불리고 부모님이 때를 닦아주시면 하얗던 물이 어느새 시커먼 물로 변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얼마나 때가 많았던지... 속옷은 무슨? 속옷을 갈아입은 기억이 없으니 나는 아마 일주일 내내 한 번도 갈아입지 않고 살았나보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고 조금은 나아진 형편으로 살게 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샤워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으며 머리는 반드시 두 번씩 비누질을 하는 등 지나치게 깨끗하게 살았던 거다.

 

몽골의 고비사막이나 저 북쪽 홉스골처럼 추운 호숫가를 가면 이런 곳에서 몽골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호숫가에는 물이 많아 언제든 닦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 물은 엄청나게 차가워 어지간해서는 여름에도 물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고비사막은 물이 없는 곳이니 제대로 닦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가정을 이루고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운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목욕을 시키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한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렇게 살다가 막상 몽골에 가면 나는 춥고 으스스한 그 기운 앞에 닦을 생각조차 못하고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청하곤 하였다. 하루 이틀만 이렇게 지내고 한국에 가서 우리 집에 가면 언제든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행 중에 며칠은 비틸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몽골의 유목민처럼 살았다. 그것도 몽골이 아닌 한국에서...

군에서 훈련을 받을 때도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잠을 자기 전에는 반드시 닦고 살았다. 그런 내가 한 주간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로 잠을 잤고 밥도 주는 대로 먹었다.

처음에만 힘들고 불편했지 그 순간을 이겨내니 이런 생활도 그런대로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깨끗한 것이 꼭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그렇게 깨끗하게만 살았던가? 지나치게 깨끗한 것도 실은 강박관념의 발로다. 조금 냄새도 나고 더럽기도 하고 때도 좀 나오면 어떤가? 한 주간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귓전에 대고 더 이상 나를 까탈스런 도시의 남자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하니 간지럽다며 저만치 피한다. 아마 간지러워서가 아니라 내 입에서 나는 퀘퀘한 냄새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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