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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151 이런 생각 처음입니다.

 

이런 생각 처음입니다

 

 

명절 전날 맨발로 교자상 모서리를 잘못 밟아 발바닥에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몇 번 병원에 가보긴 했어도 입원은 처음이다. 눈에 문제가 생겨 오랫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오히려 눈의 병이 악화되는 경험을 한 터라 병원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나였지만, 그럼에도 입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발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발바닥 상처로 인하여 예정된 필리핀 단기선교에도 참가하지 못하였다. 함께 하기로 한 일행 분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겨드린 것 같아 미안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오는 2월 말부터 터키와 그리스 그리고 이스라엘까지 난민선교와 성지순례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태로는 갈 수 없을 것 같아 잠도 오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가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주간에 3일 동안 입원을 하고 퇴원을 했다가 이번 주에 다시 입원을 해서 치료중이니 하루빨리 낳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만저만 간절한 것이 아니다.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나니 입원할 수밖에 없을 만큼 아픈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단 하루도 있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지루한 병원생활이다. 어떻게 또 하루를 보내나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래도 참고 있어야 한다니 이건 정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이제는 발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보니 이건 살아있으나 살아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짐스런 인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내는 정말 힘들 것이다. 눈 안보이는 사람에서 이제는 발바닥까지 다쳐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을 휠체어에 태워 데리고 다녀야 하는 아내야말로 불쌍한 여자임이 틀림없다.

벌써 3주째이니 언제 발바닥이 완치될까 그날이 그렇게 간절하고 또 간절하다. 다시는 병원에 오고 싶지 않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밤새 잠이 오지 않아 거의 날밤을 새웠다. 새벽녘 문득 내 자신을 돌아보니 참 불쌍하고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화가 날 정도로 내 자신에 대하여 회개했다.

나는 참 내 몸에 대하여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내 몸둥아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의도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음이 확실하다. 내 나이의 친구들이 대부분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는 젊어서부터 몸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었다. 몸을 함부로 취급했다. 몸을 학대하려는 버릇이라고나 할까 아마 내 안에 그런 마음이 있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고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정말 눈에서 발바닥까지 다치고 찢기고 상처 난 내 몸에게 이제 정말 미안하고 부끄럽다. 내 몸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다행스러운 깨달음이다.

두 번째 나는 홀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나는 홀몸이 아니다. 내 몸이 갖는 의미를 생각했다. 만약 이렇게 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면 나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큰 짐만 두고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몸 안에는 단순한 몸으로서가 아니라 많은 이들에 대한 책임과 과제도 주어진 것이다. 당장 단기선교를 함께 가려던 이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미안한 마음을 넘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부주의한 탓이다. 나는 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사명까지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책임적 존재임을 새롭게 깨달았다. 우리 안의 사역에도 막심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나갈 수 없으니 아내도 나가지 못한다. 나와 아내는 나섬과 몽골학교의 책임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지금 병원에서 누워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세 번째 나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때로 고독하고 외롭다면서 누구도 내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바보 같지만 그건 사실이다. 이제 발바닥을 다치고 병원에 입원을 하고나니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부족한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참 미안하고 또 부끄럽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가 또 어디 있을까? 나는 사랑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아내를 비롯하여 친구와 동역자들과 교인들과 뉴라이프의 회원들과... 여기저기서 안부를 물어오는 이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이제 내안에 새로운 것들로 채워야 한다. 상처를 치료하고 돌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마음이다. 생각이고 삶이다. 모든 것을 치유하고 돌아서야 한다. 아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일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아멘"하고 답을 했다. 전화위복임이 맞다. 이건 축복의 또 다른 시간이다. 만약 이렇게 다치지 않았다면, 입원을 할 정도로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내 몸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깨닫지 못했을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을 갖게 되었다. 주님이 주신 마음이고 시간이며 여유다. 감사하고 누워있자. 그래도 하루빨리 퇴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밤은 또 어떻게 보내야하나 몸을 뒤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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