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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톡142 다시 자유로운 나그네가 되련다.

다시 자유로운 나그네가 되련다.

 

늦은 밤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왜 이렇게 피곤함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요즘 나는 밤이 무척 무섭고 힘들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잠을 잘 수 없음은 나이를 먹어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 초저녁잠이 많다 하지 않던가? 그러나 내 증상은 그런 증상이 아니다. 피곤하고 힘이 들어 몸이 늘어지면서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잠이 오지 않는다. 본질적인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목사라는 현실이 정말 맞는 것일까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야 함에도 나는 하늘보다 땅을 본다.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며 목회를 하고 있다.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사람에게 의존하고 사람이 두렵게 느껴지는 나는 사람의 목회를 한다. 그런 자괴감으로 나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이럴 목회라면 왜 나는 목회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차라리 이쯤에서 떠나야 할 것 같다. 목회가 이런 것이라면 나는 내 삶의 주인이 아니다. 나는 나로 살아야 함에도 나는 없고 내안에 타인에 대한 걱정만 있다. 그들이 떠난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말이다. 사람의 생각으로 가득한 내 목회는 이미 나를 더 이상 목회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그네를 목회하면서 오고감에 크게 흔들리지 않겠다 했지만 나는 여전히 인간에게 의존적이다. 그래서 그 인간적인 나 자신의 모습이 싫고 그런 스스로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는 것이다. 떠나가는 이들이 나를 지치게 한다는 현실에 나는 조금도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보내자, 아니면 차라리 내가 떠남이 옳다하지만 내 안에는 많은 걱정이 있고 많은 생각이 나를 붙잡는다. 그래서 오늘밤에는 더욱 잠이 오지 않는다.

어차피 이별은 잔인한 것일 게다. 이별을 일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나그네다. 사람과의 만남에는 시효가 있다. 오랫동안 만남이 이어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곧바로 헤어지는 삶도 있다. 죽는 날까지 함께 가자했지만 그것이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던가? 사람을 의식하며 목회를 하는 내가 오늘밤 참으로 괴롭고 힘들다.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차라리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어쩌면 이별이, 헤어짐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홀로 남아야 한다는 현실이 두려운 것일 수도 있다. 외롭고 고독해서 늙어가는 삶을 회피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떠나는 것을 선택하려 한다. 오랫동안 고단하게 살았다. 쉼보다는 일이 좋아서 살았지만 이제는 많이 지쳤다. 쉬어야겠다. 조용히 내 자신을 돌아보며 쉼을 얻어야 한다. 진정한 쉼이어야 한다. 사람을 의식하는 목회는 이제 싫다. 거부하고 싶다. 내 자신을 찾아가는 나의 길을 가련다. 나그네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노마드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의 목적이다.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있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내 여행길을 가야한다. 동행하는 것이 좋지만 그것이 내 갈 길을 막아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혼자 가더라도 내 갈 길을 가는 것이 맞다. 외롭다고 자꾸만 사람에게 의지하고 그들의 길에 편승하려는 습관은 나답지 않은 삶이다.

다시 내 길을 찾아 가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가야한다. 내 삶이 그렇게나 가고 싶고 보고 싶어하던 길이며 여행이어야 한다. 그렇다. 그때 바르셀로나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너무 외로워서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함께 있고 싶어하던 그 고독했던 여행자의 삶이 기억난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동행하려 했었다. 내가 가려던 길을 포기하고 그들이 가자는 길로 들어섰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결국 나는 그들과 헤어졌으며 내 길을 갔으니 참 다행스러웠던 기억이다.

유럽을 홀로 여행하며 나는 나를 찾아가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길이지만 홀로 생각하고 홀로 결단해야 했던,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그 생각을 회복하여야 한다.

그때는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했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어차피 인생은 여행이다. 나그네의 삶이란 홀로 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다. 홀로 감을 선택하자. 동행 없는 고독한 길도 좋다. 차라리 고독했던 그 시간이 나중에 보면 더 좋았던 시간이다. 고독함을 즐겨보는 나그네로 살자. 그렇게 살자고 나그네를 말하고 노마드를 선포하던 내가 아니던가? 처음부터 나는 혼자였다. 혼자라는 사실을 무서워하지 말자.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를 다녀오면서 머물었던 그 백야의 어느 시골 역사도 기억난다. 그때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러나 그 시간을 보내고 나는 소중한 것을 찾았다. 홀로 있음에 대한 가치다. 인생은 홀로 왔다가 홀로 돌아가는 것이라 한다. 내 갈 길을 가자. 떠난다고 하면 보내고 말없이 돌아서자.

오늘밤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일부터는 잠을 자자. 더 자유롭게 살기를 위하여... 자유를 꿈꾸던 나는 어느새 떠들썩한 즐거움에 익숙해 졌는가보다. 혼자 배낭을 메고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두리번거리며 떠나던 나는 어디 있는가? 자유를 위하여 떠나자. 자유를 포기해야할 동행이라면 동행도 과감하게 포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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