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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564_악(惡)의 평범성과 교회 그리고 우리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은 한나 아렌트가 저술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 언급된 말이다. 악의 평범성은 악은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이다. 악은 멀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안에 감추어져 있다는 말이다. 아돌프 아이히만을 보며 한나 아렌트가 생각한 것이 그것이다. 저렇게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데 조금의 자책도 없이 앞장서 악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악마가 될 수 있다. 나도 당신도 그런 악마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교회를 오래 다니고, 목사가 되고, 교회에서 중직을 맡는다 해도 우리는 언제든 악마가 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항상 자신을 제어하며 예수의 말씀 앞에서 성화(聖化)되기를 노력하여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성찰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교회에 다닌다고 하여 그가 선한 존재일 것이라 믿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신앙이 우리를 완전한 삶으로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신앙이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한 인간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구원의 조건일 뿐 우리가 선한 존재로 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믿음과 행함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말은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것일 게다.

구글이라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사훈은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이다. 기업의 사훈치고는 매우 독특하다. 사악하지 말자는 그 기업의 사훈이 오늘 한국교회에도 필요하다. 사악한 교회가 교회 전체를 좀먹고 있다. 자신들이 사악한지 아닌지도 모른 채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교회만이 아니라 목사들도 마찬가지다. 목사는 천사가 아니다. 목사는 믿음의 대상이 아닐뿐더러 예수도 천사도 아니다. 목사들도 악마가 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언제나 겸손하게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살아야 한다.

바울은 선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도리어 언제나 악을 행하는 사단의 괴수라고 자신을 고백했다. 바울이야말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살았던 사람이다. 목사는 선하지 않다. 도리어 악마가 될 수 있는 악의 평범성의 범주에 근접해 살고 있는 인간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바울의 근처에도 못 가는 인간들이 공적인 사역을 한다고 설레발을 친다. 교회를 자신의 소유로 여기고 죽는 날까지 대대로 지배하려는 인간들이야말로 얼마나 사악한지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공적인 사역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나 같은 사람은 그 근처에도 갈 일이 없다. 나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기에 그처럼 엄청난 자리를 욕심내지 않는다. 나는 지금의 내 삶도 감당할 수 없는 가장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선한 척하지 말자. 악의 굴레 안에 살고 있으면서 선한 척하는 위선이야말로 주께서 가장 혐오하신 모습이다. 지금 예수께서 우리에게 오시면 누가 가장 많은 꾸짖음을 들을 것인가? 세상이 아니라 교회이며 예수 안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수 믿는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목사들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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