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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424 움오름 공동체

 

오랜만에 아내와 제주도를 찾았다. 10여 년 전에 그곳에 작은 집을 마련하여 살고 싶었을 정도로 제주도는 언제나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이다. 그 당시 3년 정도를 오가다 제주도에서 사는 것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잊혀진 고향처럼 여겼던 곳이다. 바닷가 가까운 곳에 살고 싶었으나 여름의 제주도는 습기와 태풍으로 너무도 버거운 곳이었고 겨울의 그곳은 왜 그리 바람이 거세든지 육지의 추위와는 차원이 다른 괴로운 기억이 남아있다. 또 육지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텃새인지 경계심 같은 느낌을 받으니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서지도 못했다. 어느새 10여년이 지났건만 제주도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가고 싶고 살고 싶어 애끓는 연인 같은 곳이다.

10여 년 만에 다시 제주도를 찾은 것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 공동체 때문이다. 그곳은 내가 가본 곳 중에 몇 안 되는 의미 있는 곳이며 감동적인 곳이다. 움오름 공동체의 원장님은 직설적이며 숨김없이 자신의 감정을 노출하는 분이다. 체구는 작지만 카리스마가 넘치고 에너지가 충만한 그 여종은 누구일까? 그녀를 아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오해와 왜곡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그분은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그분을 처음 만난 것은 3-4년 전이다. 그럼에도 수십 번은 그곳을 다녀온 사람처럼 익숙하고 정겹다. 사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내게만큼은 따뜻하게 대해주는 원장 전도사님의 배려로 공동체를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여기서 '자유'란 그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은 가고 싶다고 하여 아무 때나 갈 수 없고 원장님을 만나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곳이다. 그곳은 암 환우를 비롯하여 병들고 지친 이들이 안식하며 치유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의 하루는 특별하다. 아침식사부터 점심 저녁 세끼의 식사가 치유와 회복을 위한 약처럼 느껴진다.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먹거리 속에는 원칙이 있고 치유의 은총이 숨겨져 있다. 기적을 만드는 음식과 공간속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회복되어 간다. 나는 그곳에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집사님 한분을 소개했다. 암으로 고생하는 집사님은 놀라울 정도로 나아졌고 치유가 되었다. 감동과 감사가 느껴졌다. 눈물이 날 정도로 충만한 은혜를 느꼈다.

아내와 23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원장님은 내게 다시 오라 했다. 나도 다시 찾고 싶다. 10여 년 전 그리도 추웠던 제주도가 이번에는 왜 이리도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예전의 제주도는 엄청난 바람이 있는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바람 한 점 없이 맑고 고요한 제주를 경험했다. 그때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그곳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그때는 우울증 걸린 사람처럼 괜히 눈물이 나고 슬픈 마음이었는데 이번에는 기쁘고 즐거웠다. 달랐다. 정말 다르고 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곳의 이름은 움오름 공동체다. 움트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생명이 움트는 오름을 생각하며 기도 중에 지었다 한다. 이름처럼 그곳은 생명이 올라오고 은혜가 자라나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생명이 있고 부활이 있다. 죽은 것 같은 생명을 살려내는 작은 체구의 여종이 그곳에 있다. 그분이 손을 대면 죽어가던 생명들이 움터 오른다. 정원의 모든 식물들이 그랬고 그 정원에 깃들이고 있는 모든 새들이 그랬다. 그래서 그 새들은 하루 종일 지저귀며 노래를 한다.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생명의 힘을 생각했다. 힘들고 지친 내가 갈 곳이 생겨 기분이 좋았다. 원장 전도사님이 나는 언제든 찾아와도 환영이라 했으니 나는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하루 힘든 사역의 현장이지만 이제부터는 갈 곳이 있으니 힘들지 않을 것 같다. 힘들면 다시 회복하고 올 곳이 생겼으니 힘을 내야겠다.

사실 천국이 우리에게 그런 곳이다. 하나님 나라를 생각하면 힘든 오늘을 이겨낼 수 있으니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움오름은 천국의 모형이다. 우리가 가려는 천국의 모델이다. 살아나고 치유되는 하나님 나라의 모델 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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