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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예루살렘과 마굿간 교회


나그네 예수는 마굿간에 오셨다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셨다. 그런데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말하기를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였다. 헤롯 왕은 이 말을 듣고 당황하였고, 온 예루살렘 사람들도 그와 함께 당황하였다. 왕은 백성의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을 다 모아 놓고서, 그리스도가 어디에서 태어나실 지를 그들에게 물어 보았다. 
그들이 왕에게 말하였다. '유대 베들레헴입니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하여 놓았습니다' 
"너 유대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대 통치자들 가운데서 가장 작지 않다. 네게서 통치자가 나올 것이니, 그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먹일 것이다"」 
                                            (마태복음2:1-6)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맨 처음 찾아간 곳은 예루살렘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예수가 어디계시느냐고 찾는다. 그리스도가 오셨다는 소식에 헤롯과 예루살렘은 크게 소동한 모양이다. 왜 그렇게 소동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예루살렘 같은 곳에서는 분명히 기뻐 환영하는 것보다 긴장하고 소동할 것이라 믿는다. 헤롯은 그리스도가 어디에 나실 것이냐며 바리새인들과 백성들의 서기관들에게 물었다. 
“유대땅 베들레헴입니다” 

너무도 아이러니 하다. 그들이 예수가 오실 곳을 알았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헤롯과 바리새인들이 예수가 오실 곳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예수를 찾거나 만나지 못했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동방박사들만이 예수를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찾았다.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예수를 찾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찾지 못하고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찾은 것이다. 예수가 오실 곳을 알았던 사람들은 찾지 못하고, 예수가 어디에 오시는지 몰랐던 사람들은 오히려 예수를 찾았다. 

사람들은 예수가 다시 오실 곳이 어디인지 다 안다. 그들은 교회에서 배우고, 설교로 듣고, 책에서 읽었다. 소외되고 가난하고 침침하며 어두운 마굿간 같은 곳에 예수가 오실 것이라는 것을 다 안다. 그들은 그렇게 설교하고 배웠다. 아는 것이 충만해서 더 이상 알 필요가 없을 만큼 똑똑하다. 

바리새인들은 베들레헴을 알았지만 그곳에 가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예루살렘이 좋았고 그곳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즐기고 싶었다. 혹시나 그리스도가 오시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예루살렘이 소동한 것이다. 그리스도가 오시면 안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예루살렘을 동경하며 살고 있다. 10년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 선교를 하면서도 나는 아직 예루살렘이 부럽다. 그렇다고 꼭 그곳에 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내 삶의 형편이 어려워지고 고독할 때면 생각나고 기웃거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속물이다. 

외국인근로자 선교를 하면서 나는 베들레헴 마굿간 같은 교회를 선택했다. 그들 가운데 다시 오실 그리스도가 계시고, 그들 나그네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오실 것임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교회가 아닌 우리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이는 마굿간 교회에 분명히 오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교회가 화려하게 치장하고 웅장하고 높아지는 예루살렘 교회이기 보다는 예수 같은 나그네를 품어내는 곳이 진정한 교회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예루살렘 교회가 부럽다. 성공하고 싶고 사람의 시선이 머무는 그런 교회의 당회장하라면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너무도 한심하고 부끄러운 생각들이다. 

예수가 오실 곳보다 사람들의 환호와 넉넉함이 더 좋은 것은 나만의 고민일까? 예수가 오실 곳을 알면서도 찾아가지 못했던 바리새인들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나 자신이 그렇고 우리 교회가 그렇다. 분명히 나그네의 모습으로 병들고 옥에 갇히고 굶주린 자의 모습으로 오심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예루살렘 교회에 머물며 그곳에서 찬양과 경배를 드린다. 베들레헴 마굿간의 예수와는 관계없이 우리는 종교적 의식에 안주하고 싶어한다. 
마굿간에 오실 예수를 알면서도 예루살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는 도대체 누굴 신앙하며 무엇을 찾는가?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예루살렘보다 하늘의 별이 머물고 하나님의 뜻이 머무는 곳에 예수가 오셨다. 그곳이 교회이며 우리가 가야 할 곳이다. 나그네의 모습으로 오실 예수를 품어내는 교회가 되어야 할텐데... 아직 예루살렘은 변화가 없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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