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삿꾼이 아니라 목사인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더구나 일반적인 교회의 목회자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한복판에서 전쟁 치르듯 바쁘게 살아가는 목사가 되었다는 것은 다행중 다행이다. 정말 나는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재미없는 세상에서 나보다 재미있는 인생이 있을까?
모세가 바로의 궁전에서 배부르고 편안하다고 그의 인생이 축복된 삶이라고 말할 수 없듯이, 오히려 광야에서 헐벗고 지친 인생살이이지만 그대로 하늘과 사람을 사랑하며 한 세상 살아가는 것이 큰 축복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듯이.
세련되고 깨끗하고 화려한 삶이기 보다는 땀냄새씬 풍기는 때 묻은 인생살이가 더 재미있다. 큰 것 찾기 보다는 작은 것에도 의미가 있다며 꺼꾸로 살아보는 고집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감동을 주고 받는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 짧은 인생이 그래도 살만했었다고 그리고 조금은 보기좋았다고 느껴질 수만 있어도 나는 행복하다.
어짜피 감동은 겉에서 느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도 그렇다. 속삶이 겉삶보다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신 하나님이 게시니 나는 참 좋다. 그래서 속삶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겉목회 보다는 속목회에 더 치중하고, 내용없는 세상과 교회에 우습지만 내 멋대로 내용을 채우는 삶이 좋다. 남에게 평가받는 것보다 삶의 모든 영역을 즐기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삶이 더 좋은 일이다. 이제 내겐 힘든 것도, 싸우는 것도 그리고 울고 웃는 것 모두가 다 즐거운 놀이이다.
눈이 보이지 않아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도 나는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안보이고 더 망가저도 나는 여전히 그 시간을 사랑하고 살 것이다. 그대로 놀고 있는 삶일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기 보다는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는 인생이 좋다. 보이고 안보이고, 조금 넉넉하고 부족함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모두가 다 썩을 것. 모두가 다 없어지고 말 것들이다. 그냥 오늘이 좋다.
내가 사는 것이 선교며 그것이 목회다. 아무 것에도 꺼리낌없이 살아가는 것, 그리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말고 다른 것은 다 없어지고 말 것들이다.
이젠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자유롭지만 그래도 더 자유롭고 싶다. 내것에 연연해하는 속물이 아니라 정말 훨훨 떠나고 멈추고 그대로 조용히 사라지는 구름같고 바람같은 자유로움이면 좋겠다.
내일 일어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오늘 하루 살이에도 의미가 있다면 그대로 끝나도 좋다는 막가파식 삶이면 어떠랴?
내 사랑하며 사는 것이 선교이며 목회다. 그것이 전부며 우주다. 사랑하는 것 빼놓고는 다 버릴 수 있다. 사랑하는 것 말고는 다 똥미며 쓰레기다. 사랑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남는 것은 없다. 사랑하는 것만이 진정 유일한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