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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한국교회! 개혁의 주체인가, 대상인가?


한국교회! 개혁의 주체인가, 대상인가?
- 2007년 고난주간에 쓰는 나섬 일기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더러워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 할말이 없어서일까? 오직 한 목소리만 있을뿐이다. 이 수많은 교회와 목회자들 중 아무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 교회의 분위기를 보면서 나는 이제 정말 교회의 마지막이 되어가고 있다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독재와 파쇼의 시대에도 볼 수 없는 정말 놀라운 장면들이다. 목사님들이 머리를 깍고 사학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연한 투쟁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보수 기독교의 이러한 반응에 진보를 외치던 이들은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하긴 민주화의 기득권에 그 단물을 빨아먹던 진보 기독교의 지난 10년은 그들로 하여금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보수 앞에 할말이 없다. 과거 보수 어용 기독교를 비판했던 사람들이었던 터라 결코 진보 어용도 지금의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도 보수도 이젠 한국교회의 마지막을 책임져야 한다. 모두 기득권 유지에 급급했던 것만큼은 분명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 한국교회에서 하고있는 저항과 투쟁이 진정 역사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인지 새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재와 파쇼의 시대에는 아무 말도 하지않던 저들이 이제와서 교회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저항하고 투쟁하는 모습이 너무도 우습지 아니한가.

지금 우리 한국교회의 판단의 기준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더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교회가 중심이 아니라 세상이 중심이라는 말이다. 정말 교회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덕성과 자격을 갖고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솔직히 물어보아야 한다.그리고 그 물음은 세상이 답하게 하여야 한다. 세상은 교회에 대하여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세상은 지금 교회를,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철밥통 쯤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을 바꾸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개혁하려 한다.

얼마나 부조리하게 사학이 운영되어졌으면 그렇게도 저항하는 교회의 몸부림에 세상은 이렇게 조소하고 있단 말인가? 목사들이 머리를 깎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이 세상은 왜이리 교회에 대하여 냉정한 반응을 하고 있단 말인가? 정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머리깍고 투쟁하는 것이 우선인지  아니면 정말 지금까지의 우리 교회의 부조리함에 대하여 자성과 회개의 자리에서 통곡하여야 하는 것인지... 과연 무엇이 먼저이어야 할까? 

우리가 싸우려는 힘없는 정권보다도 우리를 바라보는 침묵하는 다수의 예사롭지 않는 눈초리가 자꾸만 내 마음을 편치 않게 한다. 혹시 사학법을 저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미래는 너무도 분명히 우리에게 부정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기우일까? 

정의롭지 못한 세습의 굴레가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 세습과 기득권을 향한 일관된 교회의 몸부림은 우리 교회를 옥죄는 망령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지뢰밭에서 춤추는 광인처럼 아슬아슬한 곡예 아닌 곡예를 하고 있다.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낯부끄러운 광대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교회의 단세포적 투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이런 마음이 나 혼자만의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나 혼자 미친놈이 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맞을지도 모를 돌을 내 먼저 교회로부터 맞아 죽어도, 그렇게 해서라도 교회가 다시 살아날 길이 있다면 좋겠다.  

세습과 기득권 유지를 위하여 투쟁하는 교회는 어린아이의 투정을 넘어 비난과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지름길이 될 뿐이다. 지금은 자성하고 회개할 때가 아닌가. 침묵하는 다수는 한국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보수와진보의 이념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양심의 잣대로 우리를 바라본다. 그들은 신앙인일 수도 아니면 비신앙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분명 우리 지도자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지도자들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서 정직해야 할 것이다.    

교회가 개혁의 주체가 아니고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은 몇몇 기득권자의 힘의 논리를 극복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앙의 양심으로 회귀하여야 한다. 하나님과 역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의롭게 고백하여야 한다. 

기득권을 위하여 세습하고 투쟁하는 교회 앞에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저 침묵하는 돌들이 소리지를 것이다. 세상에 대하여 소리질러야 할 교회에 대하여 세상의 돌들이 우리에게 소리지르는 너무도 우스운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언론도 사회도 정치권력도 교회에 대하여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다. 그것은 교회가 당하는 십자가 이거나 공연한 고난이 아니라 이미 예견된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그것이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십자가는 세상이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짊어지고 갈 십자가와 고난의 길을 세상이 짊어지고 가고 있다면 이런 아이러니는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모순과 딜레마의 줄을 끊어야 한다. 세습과 부조리의 정신문화의 함정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는 없다. 이제 후배들을 위하여 출세할만큼 출세하고 성공할만큼 성공한 선배들이 자리를 떠나야 할 것이다.  


* 나섬교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4-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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