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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529_서울 히브리

나는 '서울 히브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3국에서 만들었다. '히브리'라는 말은 '강을 건너온 사람들'이라는 말인데 그 말은 이스라엘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히브리는 강을 건너 온 사람들이며 동시에 경계를 넘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떠돌이이며 나그네다. 그들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이고 집이 없는 길 위의 사람들이다.

3국의 히브리 센터를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히브리를 생각했다. 히브리라는 이름에 신학적 의미를 굳이 부여하지 않더라도 히브리는 분명 우리 안의 작은 자들을 말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나섬이 오늘까지 해온 사역이 히브리 사역이니 히브리는 내 사역과 삶을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만난 탈북자매들은 히브리였다. 히브리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이라는 광야를 지나 메콩강을 건너기까지 그들이 걸어온 인생은 강을 건너고 국경을 넘고 광야를 지나 또다시 강을 건너기까지 오롯이 길 위의 나그네였고 떠돌이였다. 그런데 그렇게 떠나온 이들이 가려는 한국은 과연 이스라엘이 그렇게 목말라 꿈꾸던 가나안이며 약속의 땅인가?

지금 우리 안의 35천여 명의 탈북자들 안에 그 답이 있다. 그들은 이곳이 가나안이나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한다. 오히려 이런 곳인 줄을 알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탈북자들이 갖고 있는 분노와 절망감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이들이 한국 땅에서 겪고 있는 좌절과 어려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3국에서 만난 탈북자매들을 보면서 이들도 결국 똑같은 아픔을 겪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한국 땅은 이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기보다 오히려 지금의 고통보다 덜하지 않은 광야 같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다.

몇 년 전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기독교 인권 교육'이라는 주제로 한 학기 강의를 맡았었다. 그때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탈북 여성들의 인권과 삶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농어촌지역 등에서 티켓다방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배움도 능력도 배경도 없는 이들이 갈 곳이란 그런 곳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다.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던 중 '서울 히브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서울 히브리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히브리 센터를 만들고 제3국에서 들어오는 히브리 자매들을 돌보는 사역을 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3국의 히브리 센터에서 돌봄을 받고 신앙훈련을 받은 탈북자들만이라도 돌보고 섬기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서울 히브리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서울 히브리는 제3국의 히브리 센터에서 머물다 온 탈북자들을 섬기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몇 명 되지 않는 적은 수라도 이들을 우리가 섬기고 나누어 그들이 바라고 소망했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3국 히브리 센터의 목사님 부부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니 깊이 공감하며 동의하였다. 이제 서울 히브리와 제3국 히브리 센터는 한 공동체다. 우리가 힘을 모아 탈북자들의 삶과 미래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사역을 시작해야겠다. 무엇부터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무작정 서울 히브리를 시작한다. 서울 히브리에 헌신할 이들이 많으면 좋겠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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