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지사(人間之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한다. 좋은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던 것이 나중에 나쁜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나쁘다고 여겼던 것이 때로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하여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나섬공동체와 몽골학교를 운영해 오면서 나는 이런 일들을 수없이 경험하였다. 역설적이게도 내 눈의 시력을 다 잃어버리고 장애인이 되었으므로 나섬과 몽골학교는 존재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건강하여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아파 고통받았으므로 나섬의 오늘이 존재한다. 내가 너무 괴로워 날밤을 지새웠으므로 몽골학교가 여기에 있다.

때로 좋은 일이 일어나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여겨지던 일들이 매우 곤혹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인간의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삶과 사역에 있어 모든 일들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님은 내게 아픔을 주셨고 그 아픔은 죽는 날까지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통이 오늘의 나와 우리 공동체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고난이 유익이라는 시편 기자의 고백은 진리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께서는 항상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려 한다는 것이다.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주님의 섭리 안에서 주어진 것들이다. 좋은 일이 있다고 자만하거나 그것이 오롯이 축복일 것이라고 너무 빨리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혹시 나쁜 소식을 듣더라도 그것이 내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믿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이유도 없다. 고요한 호수처럼 가만히 삶을 관조하며 살고 싶다. 이제 나이가 들고 늙어감을 자각하며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조금씩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