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학자 스기야마 마사아키의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라는 책이 있다. 오래전 이 책을 읽다가 우리의 관점이 얼마나 일방적이며 왜곡되어 있는지를 깨달았다. 역사와 세계가 중국을 비롯한 정주민족의 눈으로만 해석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역사를 해석하는가에 따라 세상과 역사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유목민의 관점에서 새롭게 역사를 바라본 저자의 인식 전환은 매우 탁월하다.
나는 유목민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몽골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유목문화와 그들의 특징은 선교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몽골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대단한 민족이었는지는 몽골의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알 수 있다. 특히 13세기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의 역사는 얼마나 놀라운지 그야말로 내 삶과 사고의 지평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몽골을 알아야 세계가 보이고 유목민을 알면 역사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기원전 3세기 처음 역사에 소개된 흉노족은 유목민의 힘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설명한다. 훈(Huns)이라 불린 흉노의 유럽침공은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을 견인했으며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은 결국 476년 서로마 제국의 멸망을 가져왔다. 결국 서로마의 붕괴는 유목민족의 이동과 침공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동로마제국은 1453년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무너졌다. 동로마제국은 얼마나 강력한 제국이었던가! 330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서로마에서 동로마로 제국의 수도를 이전한 이후 1000년이 넘도록 가장 강력한 기독교 제국을 이루었다. 그런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스물한 살 젊은 술탄 마호메드 2세에 의하여 무너진 것이다. 오스만투르크는 어떤 민족인가? 투르크라 불린 유목민족이다. 투르크는 돌궐족이라 알려져 있는데 그들은 몽골 이전부터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했던 유목민족이다.
서로마제국은 훈이라 불리던 유목민족에 의해, 동로마제국은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각각 멸망하였다. 유목민이 없었다면 세계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목민이 움직이고 그들이 가져다준 문화와 사상이 세계를 바꾼 것이다.
이제 새로운 유목민이 몰려온다. 새로운 노마드(nomad)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금 전세계에는 3억 명 정도의 유목민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로부터 유학생과 난민으로, 때로는 결혼 이민자로 길 위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은 이들을 주목할 때다. 탈북자도 그들 중 하나다. 탈북자들은 남과 북의 이질적 문화와 사상의 골을 메꾸는 중요한 자산이다. 세상은 길 위의 나그네들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변화한다. 이들이 몰려온다. 유목민의 시대가 된 것이다.